사람이 뭔데를 읽고나서 사람이 뭔데 보고서

사람이 뭔데 보고서
`사람이 뭔데`를 소개받은 곳은 다름아닌 TV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팔순 청년의 독설`이란 이름으로 한 노인의 삶이 소개되었다.
`어마어마한 물이 꽉 차 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사람은 그 만만분의 일만 모여도 야단법석을 떨 텐데 물은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앞산에 빽빽이 들어선 수많은 나무는 찍소리도 없이 한평생 보내는 걸 봅니다. 조용한 몸가짐으로 말을 넘어선 말을 하는구나 싶어요`
이름은 `우익`인데, 젊은 시절은 `좌익`운동을 하여 옥살이도 했다는 저자는 이제 산골에서 자리를 만드는 `쟁이`가 되어, 나무와 친구하며 살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인간으로 하고싶은 말은, 절대로 착한 일 하겠다고 덤비지 말고 눈에 뜨이는 지독한 나쁜 짓이나 하지 말고 살아보자는 부탁입니다`하는 그는 김용준의 `근원수필`을 좋아하고, 노신의 글을 좋아하고, 도연명을 좋아…(생략)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세상과 호흡하고 있다.
그분이, 산에 들어가 마치 도를 닦는 듯, 세속과 결별하여 자신만 고고한척 사는 어떤 무리들과는 달라보이는 것은, `착한 일 해서 이름 남기려 덤비고, 오래 살려고 기 쓰고, 산 부처나 보살 되겠다고 허겁지겁 난장판치는 것 다 탐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자연에 밀착시키고, 삶은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정직한 노동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팔순 노인, 전우익...
그의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내 통장안에 남은 잔고의 가벼움, 내 삶에 드리워진 짙은 생활의 무게, 내 머리안에 고인 일상의 찌든 때 따위가 모두 훌훌 떨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티끌로만 느껴졌다.
외로운 시절에는 `이야기 나눌 친구 없어 술잔을 들어 외로운 자신의 그림자한테 권한다`는 도연명의 시를 옮겨 적으며, 외로운 심사를 고백하기도 했다는 그의 솔직함이 더욱 나를 매혹시켰던 것 같다.
사는 일에 정신 없는 분들, 아니, 사는 일에 너무 자신만만하여 오만하기 까지 하신 분들, 가슴이 좀 답답한 분들, 아니 가슴이 너무 탁트여 보이는 게 없는 분들, 자신의 존재가 마냥 미미하게만 느껴지는 분들, 아니 자신만이 가장 대단한 존재라고 느끼는 분들......이런 분들이 읽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