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을읽고나서 사람풍경126

사람풍경을 읽고나서..
모든 문학은 여행의 기록이다. 아니, 모든 책은 여행기다! 여행은 비단 몸의 움직임이 아니다. 몸만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여행이다. 여행의 기록을 기행문이라는 좁은 틀에 가두는 건 부당하다. 그것은 때로 시이며 소설이고, 역사이며 수상이다. 결국 모든 문학은 몸과 마음의 여행을 통해 길어 올린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책, 모든 글은 여행기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인문?사회과학 도서나 자연과학 서적 역시 인간의 지적?학문적 여행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여행기는 여행의 방식과 내용, 방향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다. 근래 우리에게 다가온 여행기들은 저마다 특별한 개성을 발한다. 여행자의 입장과 상황, 경험과 사유의 깊이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는 체 게바라, 대상에게 끊임없…(생략)

의식의 세계를 유영한다. 그 유영 속에 들어온 사람은 실로 다양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저자 자신의 과거이고 무의식의 세계이다. 따라서 책은 마치 구도자의 득도를 위한 수련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수련은 혹독하고 냉철하다. 자신의 무의식의 심연 속에 담긴 - 비록 지금은 치유됐지만 - 한 평생 자신을 짓눌렀던 트라우마를 하나씩 길어 올린다.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 속에서 겪었던 고통을 새삼 관조한다. 그 지점에서 수시로 타자의 트라우마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것을 종래 따뜻하게 보듬는다. ??지금도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토록 막막한 절망과 부박한 불안감을 전하던 눈빛을. 아마 그 눈빛에 고스란히 감응했던 나의 내면을 더 잊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27쪽)
따라서 책은 저자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사랑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의 모든 문제는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한다...(중략)...인간의 한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랑을 위해서는 그 사랑의 뒷면인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느냐, 즉 ??사랑이 생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듯 사랑의 뒷면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그 외 책에는 저자 자신의 정신분석의 경험과 부지런한 독서를 통해 터득한 인간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다양하고도 섬세한 관찰, 그리고 그 관찰을 통해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책을 읽고 동안,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뒤 나는 마치 아주 자상하고 속 깊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대상에 대한 완전한 공감에 몰입된 정신분석의와 함께 기나긴 유럽여행을 다녀온 듯한 상쾌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