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 중 「냉정과 열정사이」의 로쏘를 빼면, 그녀의 글은 내 감성 주파수와 너무나 잘 맞는다. 처음 접했던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다. 너무나 지루한 듯한 일상나열에 진절머리를 떨었다고나 할까. 음, 「호텔 선인장」도 그렇고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도 그렇고 그녀 에쿠니의 유머는 정말 허탈하면서도 혼자보기엔 아까운 실수다. 그러니까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방에 혼자 있는데 뭐에 걸려 넘어지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누군가와 같이 웃고 놀림 당하고 싶은데,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이 상하고 괜히 비위가 상하며 아쉬운 경우와 같다고 할까. 「반짝반짝 빛나는」은 쇼코와 무츠키가 서로 한 단락씩 돌아가며 각자의 시점으로 글을 나열하며 이끌어 간다. 한 쪽의 일방적인 감정 나열이 아닌 교대의 나열 방식이 참 좋다. 우연찮게 「냉정과 열정사이」가 스쳤다.…(생략)

무츠키는 아내인 쇼코가 침대를 다리는 뒷모습을 사랑스러워 하며 그녀의 솔직함과 곧은 눈동자를 어쩔줄 모를만큼 원하나 곤의 곧게 뻗은 등줄기와 콜라냄새역시 사랑한다. 아, 그러고 보니 무츠키 양다리 설정이네. 못됐네, 아하하. 성격이 대체로 둥근 나로써는 그냥 감정에 이끌려 내천(川) 자를 그리곤 한다.
`뭐 저딴게 어디있어` 라며. 서로의 핸디캡이 있기에 가능한 결혼생활. 정말 뭐 이딴게 다있냐는 생각이 들지만, `뭐 이런 것도 좋겠다` 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츠키와의 결혼생활을 쇼코는 `물은 안는다`고 느낀다. 물을 안는다는 표현에 등줄기가 곧게 펴져 시원함을 느끼게 해줬다. 오랜만에 와닿는 감정문구. 그녀에게 남편말고 애인을 갖도록 말을하는 무츠키의 심정. 그 말을 듣는 쇼코의 심정. 그녀에게 인공수정이라든가의 식으로 아이를 강요하는 부모들. 산부인과 카키이에게 인공수정에 관해 묻는 쇼코. 곤과 무츠키의 정자를 미리 수정해 모두의 아이가 되게 할수 없냐는 쇼코의 질문. 기막히지만 알수있는 그 마음. 무츠키를 사랑하지만 무츠키의 곤 까지 사랑하는 그녀. 아마 맑은성격과 솔직하다 못해 순진한 그녀이기에 가능하겠지. 좀 심하게 길어졌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것을 보았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