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을 읽고 붉은 산

붉은 산
저자 : 김동인
출판사 : 신원문화사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광막한 겨울의 만주벌판 한편 구석에서는 밥 버러지 익호의 죽음을 조상하는 숭엄한 노래가 차차 크게 엄숙하게 울리었다. 그 가운데 익호의 몸은 점점 식어간다.
붉은산. 이 작품은 삵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나타내고 있다. `여`는 만주의 풍속도 살필 겸 그들 사이에서 퍼져있는 병을 조사할 겸 만주로 떠난다. 그러다 조선 사람 소작인만 사는 작은 촌에 이르게 된다. 그는 `삵`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교포청년 `정익호`를 알게 된다. 삵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동리 사람들도 잘 알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삵의 생김새를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는데, 마치 정말로 얼굴을 들이대고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김생김으로 보아서 얼굴이 쥐와 같고 날카로운 이가 있으며 눈에는 교활함과 독한 기운이…(생략)

붉은 산이란 작품에서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 너무 인상 깊었다. 삵은 죽으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붉은 산과 흰옷이 보고 싶다고 말이다. 우리 국토와 겨래를 그리는 것, 바로 붉은 산과 흰옷 말이다. 삵 또한 우리 민족이었듯 조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는 숨길 수 가 없었을 것이다. 동네에서 암종으로만 여겨지던, 누구도 곱게 봐주던 사람이 없었던 삵이 결국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조국에 대한 애정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나가게 된다. 학대 받는 우리 민족의 가엾은 한을 모두 풀지도 못한 채 말이다. 내가 동네 사람들이라면 마음 한편에는 삵이 죽었다는 점에 대해 개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고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삵이 죽었으니 이제 더 이상 칼부림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아낙네들만 두고 마음이 편치 않아 마을을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굴하게, 부당하게 학대 받아야 하면서도 누구 하나 용감히 나서서 대항하는 사람이 없었던 마을에서 삵이라는, 그런 암종 같이만 여겨졌던 사람이 마을을 위해서, 우리 민족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걸어 놓고 그들에 대해 대항해주었다는 점에서 그 동안 삵에 대해서 비난 했었던 점이나 삵을 쫓아내려고 하면서 앞장서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내 자신을 비굴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붉은 산은 막을 내린다. 삵이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조국의 독립의 절실함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