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를 읽고나서 고대로가는많지않은통로

고대로 가는 많지 않은 통로
-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읽고 -
삼국사기(三國史記)는 우리 나라 사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145년에 왕명에 따라 당대 최고의 문신이었던 김부식에 의해 편찬되었다. 국내외의 난국을 딛고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고사 편찬된 삼국사기는 주로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삼국시대의 사료가 거의 없음을 고려할 때 우리 고대사 연구와 이해에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상당한 시간과 많은 인력이 투여된 역작이었고, 역사 서술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김부식은 매우 선진적인 입장을 취했다. 물론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는 데 실제로 어느 정도나 적용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이나, 어쨌든 사료의 희귀함과 표방된 방법론의 선구성에 있어서 우리에겐 퍽 의미 있는 저술이다.
삼국사기는 당시에 있었던 국가적 우기와 그러한 위기를 빚었던 이자겸, 묘청의 난 등을…(생략)

, 중대한 국내외적인 위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일종의 윤리적 재정립과 이데올로기적인 국론 조성으로 현실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던 탓이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그 사료적 가치의 독보성에도 불구하고 삼국사기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더욱이 신채호 등은 삼국사기와 김부식의 사대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물론 김부식의 사대주의적 경향이 현실론에 충실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점은 묘청 등의 북벌론도 표면적으로는 진취적이나 결국 권력 장악을 위한 표어에 불과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평가조차 좋은 것이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통해 반증될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북벌론이 종종 정치적 혼란을 일시에 제압하기 위한 일종의 정략으로 쓰였음을 떠올려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론이 불필요한 전쟁을 막아 치세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충정이나 백성들의 삶을 평안하게 하려는 애틋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신 혹은 일가의 권세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왕권 강화와 문벌 귀족 체제를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드러날 뿐이다. 따라서 김부식과 삼국사기의 사대주의적 편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