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삼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작가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개인적으로 야구를 잘 알지 못하기에 전설이 되어버린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한다. 저자의 입을 빌어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들었을 때의 생소함은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인천에서 살아가는 그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는 일종의 별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는 하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희망은 초라함이었다. 함께 설렘을 느끼던 이들은 사회가 정의한 패배라는 늪을 거치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가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소속은 너무도 중요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배는 그들 자신의 패배였다. 몇몇 이들은 소속 없는 삶 보다는 보다 화려한 소속을 찾아 떠났다. 아니, 모든 이들은 늘상 그런 화려함을 꿈꾸며 살았다고 말해야 오히려 더 옳은 표현이 될 듯 했…(생략)

모든 것을 무너뜨렸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경쟁의 대열을 바삐 쫓아가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외뿐이었다. 사랑을 잃고 직장을 잃고, 단란했던 모든 것을 상실한 그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그를 열광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던 삼미 슈퍼스타즈. 그 이름뿐이었다. 자기 수양을 위해 야구를 한다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긴 보잘 것 없는 성적은 초라함이 아니었다. 그들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프로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였으며, 남들을 쫓아가기에만 바쁜 이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던 것이다. 주류를 쫓아 평범하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던 주인공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다시 추종하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남들과 똑같아야 하는지를 묻지도 않은 체 무조건 그 행렬에만 파묻히려 들었던 지난 날의 삶이 괴로움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 당연함에 너무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다.

1등만을 기억하는 사회 속에서 오로지 1이라는 숫자에 목숨 걸고 과정을 무시한 체 무조건 달리는 삶, 그 삶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요, 식은땀 흐르게 하는 끝없는 추락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경쟁을 이야기하는데 너무도 익숙하다. 그 경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 전체에 혼란을 가져다 주는 행위마냥 여겨진다. 그것은 억눌린 욕망이며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다. 그 금기를 거스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될 것이고, 이름 모를 들꽃 앞에서 눈물짓는 여유에 눈 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