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삼미 슈퍼스타즈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제8회 한겨레문학상수상작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화려한 교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뻔뻔스럽기까지 한 문체와, 성장기의 고통을 담아낸 범상한 소재를 잡은 이작품의 문학적 범주는 그리 특별할 것 없지만, 작가가 갖고 있는 "인간애"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번져나가는 수군데의 감동의 문단들은 정말 특별하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천삼미구단에 대한. 회고와 마치 영원히 다 자라지 못할 것만 같던 소년기의 푸른영상을 담아낸 소설의 전반부와, 예상을 뒤엎고 어른이 된 늙은 소년의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담고 있는 담담한 후반부는 그리 많지않은 분량의 한 권의 소설 안에 매우 균형적으로 담겨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야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나는 긴장을 했던 게 사실이다. 소설의 1/2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구…(생략)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고...-P103)
누군가에게 살아야만 하는 까닭이 되어주었던 삼미의 존재가 그들의 승률만으로 기억되고ㅡ 기록되고 ? 평가 받는다면 그들의 존재때문에 삶을 영위해갔거나 또는 성장의 고통을 참아낼 수 있었던 이들의 "시간"들 또한 무의미한 것인지. 작가는 묻는다.
소설은, 삼미의 존재와 프로가 된다는 것의 부작용에 대한 신랄한 어조를 감추지 않는다. 삼미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가던 주인공과 친구들의 팬클럽 소장품, 경기가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외야의 무인도,말없이 흘리던 친구의 눈물, 말없이 먹었던 자장면 곱빼기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쏟게 만드는 아련한 노스텔지어를 이뤄나간다. 마치, 삼미가 사라지면 그들의 인생이 끝날 것 같았던 이 시점의 비극이 후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또다른, 이작품의 장점이다. 완전히 끝나버릴 것 같던 소년들의 울음이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다른 굵기의 다른 성질의" 눈물로 변한다는 것은 새로운 비극이다.
삼미가 사라진 후에도, 그들은 살아나가야 하고 어른이 되어야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삶의 짐을 진다. 과거에 그들이, 그토록 쏟아부었던 삼미에 대한 열정을 다시 꺼내들 수 없는 비무장지대에서 그들의 주머니에 담겨있는 것은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 뱃지가 아니라 출퇴근 지하철의 패스니까 말이다.
"지면 어때?"
친구 조성훈이 소설 속에서 뱉는 이 말은 (아이러닉하게도, 조성훈은 어른이 되서야 이 말을 내뱉을수 있었다.)지금까지 이책을 읽으며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게 만든다. 이 대사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할 것 같았던,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앉아야만 할 것 같았던, 반드시 누군가를 이겨야만 할 것 같았던 "프로의 세상"속에서 버겁게 살아나갔던 그들과, 삼미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누군가를 향해 작가가 내지르는 조용하지만, 진중한 포효와도 같았다.
프로의 세상에서 지쳐가는 당신의 삶에, 누군가의 삶과 자꾸만 비교하게 되는 당신의 남루한 삶에,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은 예상치 못한 구원이 되어줄 것이다. 지면 어때? 나는 이 네 글자와 물음표를 다이어리의 맨 앞에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 눈물을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