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나서 삼미

개강 첫 시간 들어간 ‘독일 문화와 사회’ 수업에서 수업과 아무 관련 없는(그것이 비록 부담 없이 재미로 읽고 넘길 수 있는 책이라 할지라도)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야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나는 어느덧 시 한 구절, 짧은 단편 소설 한편 정도 읽을 여유조차 없는 그런 무미건조한 수험생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8시까지 사회대 정독실로 향하고,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오후 6시면 학원으로 향하고, 학원 수업이 끝나면 지친 몸을 집으로 끌고 와 잠이 들고, 또 다시 그 생활은 반복되고. 그런 나의 개강 첫 주 생활에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많은 고민들과 피로를 잊게 만든 재미있는 소설이 하나 등장했다. 그 소설이 후반부로 나와 함께 달려갈 무렵 나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되었지만 말이다.
1980년대. 정확히 말하자면 1982년부터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라 기…(생략)

책의 작가처럼 생각은 하고 있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통쾌했다. 수식 어구를 붙일 필요도 없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통쾌함을 느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왜? 하필이면 「삼미 슈퍼스타즈」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른다. 그들의 플레이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그저 대학에 들어와 어떤 수업시간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쳐지나가 듯 그 이름을 들은 기억은 어렴풋하게 있다. ‘언론의 역사가 어떻고, 마르크스가 무슨 말을 했다네.’라는 수업을 듣다 아이가 쓴 듯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듯한, 채팅은 하는 듯이 쓴 글은 읽기에 매우 편했다. 또한 마음에 든 것은 ‘삶은 스포츠고, 그 스포츠는 인생이다.’라는 구절이었다. 이 또한 언제 들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인생 또한 그렇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항상 ‘맞다.’라고 생각하며 20여 년의 짧은 인생을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스포츠는 인생이다.’라는 말은 ‘옳타쿠나!’라는 탄성을 나오게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좋아하는지라(내가 좋아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모님께서 스포츠 중계를 보시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되고, 그래서 남들보다(다른 여학생들보다) 조금 일찍 경기의 룰을 알게 되고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야구를 보는 것도 좋아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열광했던 「쌍방울 레이더스」야구팀이 생각났다. 아니 나는 「쌍방울 레이더스」와 「삼미 슈퍼스타즈」를 동일 시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초창기 프로 야구팀이 아니었을 뿐이지, 작가가 전북 전주 출신이었다면 책의 제목은 「쌍방울 레이더스 마지막 팬클럽」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내 기억속의 「쌍방울 레이더스」는 우승보다는 패전의 소식이 더 많이 들리는 팀이었고, 내 머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면 「삼미 슈퍼스타즈」와 비슷하게도 한번은 왠일인지 시즌 2위를 했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하튼 「쌍방울 레이더스」와 「삼미 슈퍼스타즈」를 동일 시 하면서 나도 무심코 지나쳤던 내 인생의 철학이랄까? 그런 것을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찾아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책과 함께 후반부로 달릴수록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분 또한 나와 같이 이 책을 읽으셨고, 책을 읽고 난 후에 드는 감상이 비록 다를지라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니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통쾌했고, 즐거웠고, 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든 부분이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할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삼미 슈퍼스타즈」야구팀이 아이들에게 원망이나 증오를 가르쳐준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뜻을 이해하고 생각을 달리 가졌으니 망정이지만 말이다.
난 아직도 「쌍방울 레이더스」의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는 전주에서 홈경기를 가졌고, 지금은 「기아 타이거즈」로 이름이 바뀐 「해태 타이거즈」와 대단한 접전을 가졌다.(아니 가졌을 것이다.) 몇 대 몇의 점수로 해태 타이거즈가 승리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멀리 원정까지 오신 「리틀 해태 타이거즈」들은 「리틀 쌍방울 레이더스」 앞을 어깨를 우쭐하며, 마치 자신들이 우승이라도 한 듯이, 웃으며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참 어렸던 것일까? 「리틀 쌍방울」인 남동생과 나는 집에 와서 엉엉 울었고, 「해태 타이거즈」에 욕설을 퍼붓던 그런 기억이 있다. ‘난 해태가 싫어!’라고 외치던 꼬마 아가씨가 지금은 광주로 대학을 와서 「기아 타이거즈」의 열렬 팬이 되어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한다는 사실은 확실한 사실인 듯 하다.
책에서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 하던데 내 글도 자꾸 삼천포로 빠지고 있으니 조금 문제가 되긴 하지만 뭐. 인생은 삼천포고 내 글은 나의 인생인데 무슨 문제가 있으랴 싶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전혀 필요치 않은 존재로 느껴지는 10명이 모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창단했다.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뜻(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그 뜻을 감히 철학이라 말하고 싶다. )을 되새기기 위해, 이어가기 위해, 이 사회의 사람들에게 깨우치기 위해 (그 목적이 확실히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마지막 팬클럽을 창단한 것이다. 내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잊고 꼬마 주인공이 어린시절 「삼미 슈퍼스타즈」의 선물들을 무감각하게 버린 모습을, 이 사회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비판하듯이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팬클럽을 창단한 것이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야구의 룰도 모르는, 왜 이런 야구를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들은 진짜 야구를, 진짜 프로야구를 그 야구의 뜻을 알기 위해 알리기 위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그 내용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무언가 시사하는 바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때문이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우리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처럼, 프로야구의 기록처럼(그것이 승률이건, 패전의 기록이건 간에 말이다.) 어떠한 기록들에 숫자들에, 그것에 따른 평가들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이 무한한 경쟁시대에서 피를 튀기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우리는 하고 있다. 하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처럼(작가의 철학과는 다르게 이것이 단순한 패배일지라도)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 그대로 소신대로 나를 잃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80년대도,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2004년도 1등만을, 엘리트만을 바라는 사회이다. 그냥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으면 되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으면 되는데 말이다. 왜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그것을 누르고 내가 상위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지. 지금까지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삼미 슈퍼스타즈」가 비록 6개 팀 중 꼴지 인 최하위 팀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꼴찌가 아니라 평범함 6위 팀 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면 되는데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은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나로써도 치기 힘든 공을 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우울할 때, 머리 식히고 싶을 때 말해. 빌려줄게.” 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더 큰 숙제로 남아버렸다. 어쩌면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숙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나에게 남은 그 숙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나는 진루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누구처럼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의 상황에서 그것을 쓰리아웃으로 만드는 상황이 아닌, 그것을 포볼을 만들어 1루로 천천히, 그러나 정확한 지점으로 진루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