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읽고 독후감 상실의 시대를 읽고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인연을 맺은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그의 또 다른 책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었다. 내가 삐뚤어지진 남자 주인공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았음을 느끼고선 기분 나빠 했던 걸 기억한다. 나름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해변의 카프카`와 다를 바 없이 섬세하고 솔직하다. `해변의 카프카`가 내 또래의 이야기라면, `상실의 시대`는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을 뿐 이다. 이 책이 사랑을 그린 것이라 하는데 아직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지 않은 난 그런 이야기 보다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더 흥미로웠다. 신기하게도 모든 인물들이 다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하고 있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이상형이라서, …(생략)

이거든."하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순간 나는 `내가하려던 말이 그 말이야.`라고 중얼 거렸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소극 적인 나의 모습과 와타나베의 모습은 이런 점에서 많이 닮아 있었다. 반면에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나오코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병적인 증세 탓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남자친구가 자살을 했는데 그의 친구인 와타나베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점이나 자신의 언니의 자살을 목격했으면서 끝끝내 자신도 똑같은 길을 갔다는 점이 라든가, 또 뭐가 불인한 건지 와타나베에게 기대지 못하는 점이라던가, 모든 것이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집착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여 졌다. 그와는 정 반대의 이미지로 미도리가 있다. 항상 생기발랄하고 자신감 넘치며 과감하기 까지 한 그녀는 내 이상형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고나 할까? 내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행동들이니 말이다.
여하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누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읽었다. 어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간단하게 글로 나타낼 수 있는 건지. `해변의 카프카`에 이어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인 듯하다. 여태껏 읽어왔던 책들은 타인의 이야기가 많았던 탓이다. 덕분에 책 읽는 내내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덧붙여 내가 성장하고 나서 또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 그 때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