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읽고 상실의 시대를 읽고…

상실의 시대를 읽고…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 문학사상사
노르웨이 숲...? 상실의 시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또는 하나의 시대를 감싸고 있던 공기를 그려 보기 위해 썼다는 이 소설은, 서른 일곱 살인 주인공이 18년 전의 사건, 실연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나를 태운 보잉 747기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하여 내릴 즈음, 어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노르웨이의 숲`을 듣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왜 함부르크 공항이 나오는지, 어디에서 출발한 비행기인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 대학에 갓 입학하여, 주위가 높은 벽으로 둘러 쌓인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그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느 날 전차 속에서 우연히 고교 시절에 자살한 친구 기즈키의 연인 나오코를 만나고, 여러 차례의 데이트를 거듭한 끝에 그는 나오코와 재회한지 …(생략)

다. 이리하여 두 여성 사이를 오가는 그의 격렬하고 슬픈 연애가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나오코가 있는 교토의 요양소는 외계와 차단된 조용한 세계이다. 그 곳에 사는 나오코는 조용한 죽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고, 고무공 같은 미도리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즉, 요양중인 나오코, 발랄한 이미지의 미도리 이 두 사람은 각각 고요함과 동적임 혹은 죽음과 삶 등의 두 개의 세계를 작가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상실의 시대에 등장하는 나오코를 비롯하여 나오코의 언니, 주인공 와타나베의 친구인 기즈키, 미도리의 부모, 나가사와의 연인인 하쓰미 등의 많은 죽임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결국 이 책의 결말부에 가서는 나오코는 깊은 숲속에서 목을 매달아 죽고 만다. 끝내 그는 그녀를 구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전화 부스 속에서 정신없이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든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온 세상에서 너 외에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 말한다. 그러나 오랜 침묵 끝에 미도리가 "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라고 물어보지만, 그는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내가 전화기에 대고 미도리의 이름을 계속 부르는 장면에서 이 책은 끝나버린다.
연애 소설인 듯 하지만,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것은, 등장 인물들의 외부와의 현실적, 상상적인 격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에서 외부를 형성하는 어른이 주인공들보다 약간 연상인, 나오코와 같이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던 레이코 여사를 제외하고는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매우 기묘하게 느꼈던 점으로써, 등장 인물들은 청춘이라는 제한된 어떤 것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 그런 점이 이 책이 가볍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오코의 죽음을 들은 그는 1개월 정도의 여행을 떠나는데, 언뜻 보기에 연인의 죽음에 의한 충격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 이 여행 역시, 사실은 죽음은 삶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주인공의 생각을 재확인한 여행에 불과하다. 만약 그러하지 않다면, 여행에서 돌아온지 4, 5일밖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죽은 나오코의 친구 레이코 여사와 태연히 잘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미도리를 향해 계속 세상에서 너밖에 구하는 게 없다고 호소하는 그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의 행동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변화된 시대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읽고 난 후에는 더욱 절실하게 느낀 점은 내가, 아니 우리 고등 학생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벅찬 내용의 글이 아닐까 싶다. 내용상의 그런 부분도 있지만, 우선 전반적인 구성이 너무 복잡하여 줄거리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요약 글을 통해서야 제대로 된 줄거리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우습게도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이유는 한때, 모회사 휴대폰 광고 속에서 잠시 비추었던 모습 때문이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초반 도입부의 익숙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이 책을 덮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읽게 된 이 책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가지 의문점은 남아있다. 왜 한국어 판은 `노르웨이 숲`이 아닌 `상실의 시대`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