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읽고 오정희 새

새
이 작품을 읽고 난 지금... 뭐랄까... 섬뜩하고 아프다고나 할까.
집 나간 엄마, 그리고 아주 가끔씩 찬바람 냄새를 풍기며 돌아오는 아버지. 우미와 우일이는 외할머니네집, 외숙모네집 그리고 큰집을 전전하다 드디어 아버지와 살게 된다. 황금빛 머리털을 가진 여자와 함께.
우미는 외할머니에게선 머리통을 후려치는 법을 배웠고, 외숙모에겐 `미치겠어, 미치겠어`를 배웠고, 큰어머니에겐 `아이구, 지긋지긋해. 저것들 때문에 내 명대로 못 죽지` 를 배웠고, 그 여자에게선 `아, 이 왠수`를 배웠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우미를 무서워한다. 종이인형처럼가만히 있는, 그 황금빛 머리털을 가진 여자보다 힘도 약한 우미를.
비정상적으로 왜소한 몸에 머리만 커다란 우일이. 구구단도 못 외는 우일이. 그런 우일이는 날고 싶어한다. 나(우미)는 그런 우일이의 누나이고 엄마이며 선생님이다. 그래서 나는 우일이를 보살펴줘야하…(생략)

는 외로워 울지 않고, 밤인 줄 알고 잠만 잔다고 했다. 그리고 우미는 야단을 맞을 때나 매를 맞을 때면 눈에 띄는 한가지만 쳐다본다. 그리고 눈 먼 장씨아저씨를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태어날 때 너무 무서워 눈을 꾸욱 감은 건 아닐까 하고.
우미는 그렇게 하나, 둘 차곡차곡 쌓여서 우미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이것은 다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가 되어 가고 있다는 데,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우주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 되라고 우미라 이름짓고, 우주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되라고 우일이라 이름지었던 그 때는 어디로 가버렸는가하는 생각이 가장 크게 남는다.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심리묘사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책 표지가 참 단순해서 좋았고,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순수한지 모른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 두 아이들은 너무나도 슬펐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 마다 비유하거나 꾸미거나 하는 말들이 많아서 더 생생하게 그 모습이 다가왔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실 그냥 하려하면 힘든 말들도 아이의 눈으로 통해서 나타낸 것이 더 슬프게 다가오게 된다. 그래, 한 마디로 그냥 와 닿았다.
그리고 작가인 오정희란 분이 어떤 분일까 하고 궁금해 질 만큼 남다른 느낌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