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리로다를 읽고 새벽을 깨우리로다

『새벽을 깨우리로다』를 읽고.
요즘은 예전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다. 우리 나라는 1963년 제정된 "사회보장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우리 나라의 경제사회 발전수준과 국민의 복지욕구에 부합하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여 국민복지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95년 사회보장기본법안을 제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노숙자등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 이촌 향도가 만연하던 1970년대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살펴보자.
지은이 김진홍 목사는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한 철학도였다. 그는 어릴 적에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지만, 중간에 불교에 관심을 두다가, 또다시 목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 그는 신학교를 자퇴하고 신분을 속이고 철공소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낮은 임금과 긴 작업시간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기업주…(생략)

기분이 나쁘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하면서 왜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가 될 수 없단 말인가. 김진홍 목사의 노동운동은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 후 김진홍 목사는 판자촌으로 가서 빈민 선교 활동을 했다. 1970년대 서울에는 18만 5천 동의 무허가 판자집이 있었다. 판자집 1동에 세들어 살고 있는 세대의 평균이 2.2세대였으므로 서울 시내에서 전 판자촌 인구는 무려 40만 7천 세대이다. 세대 당 평균 식구를 5명으로 잡아 2백만이 넘는 인구가 판자촌에 살고 있었다. 서울시의 변두리를 그린벨트가 싸고 있듯이 서울시 중심가인 청계천에서부터 중량천을 거쳐 변두리에까지 판자촌 벨트가 형성되어있었다. 서울시 인구 6백만의 1/3이 판자촌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였다.
요즘도 형편이 어려운 집에 백혈병 등 못쓸 병에 많이 걸린다. 판자촌에서도 결핵은 기본이고 갖가지 희귀한 병이 난무한다. 살이 썩고 배에서 고름이 나오고 정말 지옥 같다. 그런데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설사 간다고 해도 때가 너무 늦어 버린 경우가 많다. 김진홍 목사가 돈을 구해와 병원에 가자고 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베개 밑에서 보태어 써 줄라며 돈을 내밀던 환자의 모습이 생각난다. 자기 몸이 썩어 가는 것이 보이고 아픈 데, 얼마나 병원에 가고 싶었을까.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를 끝까지 약을 사 먹이고 함께 기도를 했더니, 몇 달 후에 그 환자는 기적같이 나았다. 기적이란 말은 기적이 존재하기에 있는 말이다. 그런 기적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환자와 주위 사람들의 기도, 나을 수 있다는 굳은 의지가 큰 몫을 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김진홍 목사가 불치병을 고치는 신통한 능력이 있다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났다. 그 일로 판자촌 사람들과 점점 친해지면서 믿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 후 청계천 송정동 74번지 속칭 ‘뚝방촌’에 활빈 교회가 창립되었다. 활빈이란 ‘신앙으로 가난을 이기자’는 의미이다. 교회라 하여 그리 대단한 건물은 아니고, 김진홍 목사의 판자집에 바닥에는 멍석을 깔고 사과궤짝을 단상으로 삼은 작은 예배당이다.
활빈 교회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교 지역내의 문제를 자세히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찾아가서 대화하며 가정의 실정을 파악하는 D.D.T작전(Door to Door Tackle Operation)을 시행했다. 1천 6백여 세대를 차례로 찾아가서 선도하는 김진홍 목사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듯, 사람들은 믿음을 갖고 활빈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전과 10범 이상의 성격 포악한 사람들을 온순하게 만드는 그가 너무 놀라웠다. 아무튼 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는가보다. 살아가는데 너무 힘이 드니까,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판자촌 사람들에게 무서운 한 가지는 바로 철거반이다. 무허가란 이유로 시청에서 나와 마구 부서 버린다. 철거반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를 염라대왕차라 부르고, 그들을 염라대왕의 졸개라 불렀다. 어떤 아주머니들은 아기를 안고 철거 당하는 집의 방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울고 있다. 머리와 어깨위로 온갖 부스러기들이 쏟아져도 가만히 있는다. 이런 식으로 방을 떠나지 않고 있으면 철거반이 곡괭이로 구들장을 파헤쳐 버릴 때 사람이 다칠 까 조심스러워 대충 몇 곳만 푹푹 찌르고는 그만둬 버린다. 그렇게 되면 온돌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어 후에 다시 세울 때 쉬워 지는 것이다. 정말 목숨을 건 사투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주민들과 철거반의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된다.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없었던 일은 높은 사람들이 워커힐 호텔로 가는데 그 곳으로 가는 도로에서 보이는 판자집을 모조리 철거한 일이다. 높은 사람들이라면 국가 고위 관리나 재력가를 말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오히려 그 사람들이 판자촌을 더 살펴보고 주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실정을 살피지는 못할망정, 철거라니 정말 웃긴 일이다.
판자촌 주민들의 공통된 병폐중의 하나가 내일에의 설계가 없고, 생활에 규모나 계획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돈이 들어오면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돈이 떨어질 때까지 놀아버린다. 있을 때는 낭비하고 없을때는 굶주리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활빈 교회가 주민들과 함께 주민회를 조직해서 그들의 복지와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주민교육부, 건강관리부, 협동조합부, 생활안정부, 개발봉사대를 조직하여 일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니 당연히 판자촌의 분위기가 생동감 있게 변화되었다. 이제 그들은 무능하고 의미 없게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아니였다.
힘든 이웃을 도울 때, 물질적 도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질은 한 순간이지만 자립 능력은 평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의 무상 기술 교육 기관, 일명 산업 학교를 많이 설립해야 한다. 또 그들이 이런 정보를 얻기 쉽게 인터넷, 신문 등 정보 획득 능력도 길러 줘야한다.
과거에 비해 현대 복지는 그 범위가 넓어지고 향상되었지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일찍부터 잘 발달된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국가가 관리국가로서 관료들의 국민생활 간섭으로 소외감을 가져올 수 있고, 생활안정으로 노동자의 노동의욕이 감퇴되거나 노인자살과 비행청소년의 증대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복지 국가로의 발달 과정을 잘 살펴보고 우리에게 맞는 복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