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을 읽고 새의 선물

<독서감상문>
새의 선물
은희경 / 문학동네
이 책이 나온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 나는 올해야 이 책을 읽었다. 주로 읽은 책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 작품들이 많았고 그렇다보니 우리작가들의 작품은 잘 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왔다. 게다가 무슨무슨 문학상을 탔다고 하면 웬지 더 재미없을 것 같다는 느낌에 나는 이 책의 제목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별로 읽고 싶지 않았는데 문학 선생님이 독후감을 써 내라고 한 목록 중에서 이 책이 있었고 선생님이 이 책이 꽤 재미있다고 소개하셔서 그럼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이 책을 빌리기까지는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내가 원해서 읽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 책이 생각보다 꽤나 두꺼워서 고민을 했다. 과연 다 읽…(생략)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야기는 하나가 죽 이어진다기 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짤막하면서도 연결성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진희를 둘러싸고 있는 광진테라 아줌마, 장군이 엄마, 이모, 외할머니, 이모를 여신으로 모시듯 하는 깡패하며, 진희가 이모를 두고 경쟁했던 허석 등등 마치 주말드라마에서 볼 듯한 다들 매력있는 인물들이 나와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는 거기에 몰입될 수 있었다. 광진테라 아줌마가 맞고 살면서도 남편을 하늘 받들듯하고 그러다 견디지 못해 도망갔을 때는 잘했다고 속으로 응원하기도 했고 돌아왔을 때는 내가 절로 안타깝고, 진희에게 맞춤법을 물어보고 이런저런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해대는 이모의 철없음을 보면서 나도 그 철없음을 즐기기도 했다. 내 주위에서 있는 일은 아니지만 꼭 있을 것 같은 이야기. 그러면서도 그냥 주욱 늘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를 콕 집어내서 핵심을 말해준다. 그 핵심을 뭐라고 딱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도 알 수 없는 공감대 같은 것이 생겨났다.
책이 출판된 지 꽤 되었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사랑받는 것은 그 만큼 매력이 있어서가 그런 듯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작가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구나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편견을 갖고 있었던 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 책을 직접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깊게 빠질 수 있게 해준 은희경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져서 조만간 은희경씨의 소설들을 주욱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그 와중에 실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소설을 쓴 사람이 과연 어떤 소설을 계속 써왔을까가 궁금해졌다. 우리의 세상을 날카롭게 혹은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새의 선물. 이 책이야 말로 나에게 또 다른 책읽는 즐거움을 선물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