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을 읽고 서울

서울, 1964년 겨울을 읽고.....
서울, 1964년 겨울은 소외당한 인간들을 다룬 작품으로 등장인물은 25살 구청직원인 나, 대학원생인 안,그리고 가난뱅이임이 분명해 보이는 35,6살가량의 사내 등이다. 1964년 추운 겨울날 밤, 우리는 허름한 포장 마차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났다. 먼너 말을 주고받게 된 것은 나와 대학원생이었는데 자기소개(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가 끝난 후 나는 그가 `안`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과 그의 배경 등에 알게 되었다. 이 소개가 끝난 후 한참동안이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안에게 물었다.
"안 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그러나 안의 확실하지 않은 대답으로 인해 대화는 금방 수그러졌다.
"김 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갑자기 안형이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져서 대답했다.
"사랑하구 말구요."
추억이란 슬픈 것이…(생략)

방황하는 것이 이상스러웠다. 그는 밤거리, 이런 술집에 나오는 것이 생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내가 혼자 질문하고 대답하는 안에게 어리둥절하다는 시선을 주자 그는 사과하며 다른 곳으로 향하자고 권한다.우리가 각기 계산을 하고 있는 그 때 한 사나이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마치 술을 마시기 위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을 쬐기 위해 잠깐 들렀다는 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대여섯 살의 사내였다. 외판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내와 함께 나간 후 그의 제의로 중국 요리집에 들어가서 그 사내의 아내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외판원은 할 수 없었다며 `내 직업은 고작 외판원`이라 비하하면 아내의 시체를 판 후 받은 사천원을 우리와 함께 쓰고 싶다고 밝혔다. 나와 안은 그의 함께 있어 달라는 부탁을 두 번째 듣고서야 승낙을 했다. 중국집에서 천원, 양품집에서 육백원, 귤을 사면서 삼백원을 쓰고도 우리는 중국집에서 스무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는 중대한 결심이나 하듯이 우리와 함께 택시를 붙잡아타고서 방금 지나간 소방차 두대를 따라잡았다. 그 화재현장에서 사내는 아내의 얼굴을, 안은 또다시 그 특유의 어려운 이야기를 그리고 나는 불타는 그 순수 자체를 즐겼다. 잠시 후에 사내는 화재 속으로 남은 돈 전부를 집어던지고는 우리와 여관으로 가서 방을 잡았다. 그는 한 방에 들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런 그의 기대를 저버리고 각기 방에 들었다. 그 후 사내는 여관방에서 자살을 하고 안과 나는 도망치듯이 여관을 나왔다.
김승옥 님의 소설은 부담없이 읽으려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어려운 소설이다. [감수성의 극치]라는 말과 같게 안과 나의 대화만에서도 그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평범하지 않음을 느낀다. 결코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소재로 그 당시 사회상과, 그 사회의 빈민층 -계급의 빈민층, 지식의 빈민층-은 김승옥 님은 충분히 그것을 소화시킨 후 다시 한 번 곱씹는 형태로 내놓은 것이었다. 확실하게 느낀 점을 꼽으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다만 우리의 지금의 상황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충분하게 보이는 삶을 사는 자들이 그들로서는 결코 그것이 원하는 것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