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비오는날 비오는 날

손창섭의 비오는 날을 읽고
인간이 언제 생겨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허나 나타날 당시 인간은 백지와 같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갈수록 백지는 점점 물이 들어 인간은 순수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불신의 관계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갈등이 점점 커지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이로운 것이 없다. 그런 전쟁을 통해 남는 것은 슬픔뿐... 그런 의미에서 이 ‘비오는 날’ 은 전쟁의 아픔과 침울함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제목에서부터 슬픔의 기운이 감도는 ‘비오는 날’을 읽게 되면서 전쟁을 치른 후의 인간의 정신적인 모습과 아픔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후의 절망적이고 암울한 시대. 원구는 비오는 날이면 비에 젖은 인생인 동욱, 동옥 남매가 생각 난다고 첫 문단에서 이야기 하였다…(생략)

생기기도 했다. 이것에서 인간의 고통은 어느 단계에서 끝나지 않으면 무한한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뒤에 원구는 동욱의 집을 자주 찾아간다. 그리고 동욱이 동옥에게 경멸하듯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정신은 결국 인간 사이의 경멸을 삶의 고달픔에 대한 짜증의 외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동옥은 초상화를 그리며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욱과 원구의 술자리에서 원구는 동옥이 그림 그리는 일을 그만 두게 외었고, 동욱도 목수의 꿈을 버리고 군데에 지원하고 싶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왜 점점 꿈이 사라져가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간 질문이다. 한숨이 나온다. ”이보다 더 어려워지고 삶의 의미를 잃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 같으면 일찍 자살을 시도해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 원구는 동욱이 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동옥이 초상화 일을 해서 번돈을 주인 노파에게 사기당하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담하다. 참담하다. 참담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무엇인가 가슴이 막히는 듯한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아마 너무 극단적이고 침울한 상황을 상상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후 원구는 동욱에게 다시 찾아간다. 그러나 그는 없다. 동옥도 없다. 오직 새 주인이 남긴 말 뿐이다. 동욱은 외출 후 소식이 끊기게 되었고 동옥은 그 새 주인이 팔아버린 것이다. 원구는 넋을 잃고 밭둑길을 걸어간다. 그냥 걸어간다..
소설의 분위기는 정말 침울하다. 전쟁 후의 인간의 모습이 그토록 참담했는지 정말 의문이다. 배경마저 비오는 날 이었기 때문에 더 침울한 모습이 배가 된 것 같다. 폐허나 다름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동욱, 동옥 남매의 모습은 전쟁 직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전혀 빛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딱 한줄기의 빛은 원구를 대할 때 동옥의 짧은 미소 였다고 생각한다. 손창섭 작가가 왜 그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내용을 전개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것이 정말 전쟁 후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막힌다. 이 소설을 통해 전쟁 후의 내면에 감추어진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작가가 인간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전쟁은 없어져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