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범우사독후감

장엄한 세월의 흐름을 지켜보다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
인창중학교
이동규
내가 처음 `압록강은 흐른다`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읽기 교과서에서 였다.그 곳에는 비록 서술자인 `미륵`과 그의 아버지가 옥계천에서 바둑을 두고, 목욕하는 짤막한 부분만 실렸을 뿐이었지만,작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압록강은 흐른다`를 다시 만나서,그 때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압록강은 흐른다`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며,원래 독일어로 쓰인 작품을 한국에서 번역했다는 것까지….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한국인이 쓴,한국에서의 일을 다룬 소설이 독일어로 쓰였다는 점이,내가 ‘압록강은 흐른다’에서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묘한 슬픔과 그리움을 느껴지게 했다.
그렇게 책을 다 읽자,원래 가지고 있었던 `독일어로 쓰여진 작품을 번역하며 생기는 문화적…(생략)

같은 개인의 행복한 생활에도 시대적 상황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일까.
미륵은 서당대신,신학문을 가르치는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고,아버지를 잃고,일본의 침략으로 나라까지 잃는,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너무나도 고요하고 정적인 물결에 던져진 돌이 큰 파동을 일으키듯이 미륵도 그에 따라 변화할 것처럼 보인다.
신학교 입학 첫 날,미륵은 이제까지 몰랐던 과학적 지식과 이론을 접하지만,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그리고 전문학교에 들어간 후에도,미륵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철학사상을 따르면 의학을 공부하는 일은 망설여진다.
‘자연에 관한 실제적인 지식만을 보고,생각의 여지없이 우리 몸의 탐구를 위해 직접 시체를 해부하는’ 서양의 학문은 전통 학문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상황에서,어찌보면 우리의 것은,현대회화에서의 ‘오브제’라는 개념처럼 본디의 용도나 본질을 상실한 것일 수 있다.하지만 이미륵은 신학문을 받아들이면서도,내면에 존재하는 고요한 동양적 사상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마치 동서양의 가치관을 초월하여,더 나은 것을 위해 조화시키려는 것처럼.
결국 변하지 않는 신념으로 일본에 대한 저항운동을 하던 이미륵은,어머니가 계신 한국을 떠나 유럽을 향한다.이른 새벽,고국을 떠나는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그가 본 것은 압록강이었다.무섭도록 변해가는 세상과 다르게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흘러가는 압록강.그것은 변함없이 동양적인 윤리 사상에 입각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이미륵을 닮아 있다.
책은 독일에서 생활하던 이미륵이,그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받으면서 끝난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기에,마지막에 주는 감동은 울림이 더 크다.물론,같은 아픔을 겪은 민족의 핏줄의식이 주는 교감의 덕도 있다.하지만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서인 그리움이 녹아 있기에,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미륵은 외세의 침입과 쇄국으로 고조된 신학문과 구학문의 충돌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한 곳에 대면시키고 있다.
사실,저마다 주장하는 바는 달라도,결국 우리는 같은 곳에 존재하며,같은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그 어떤 갈등도 없이,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중립에 선 미륵은 선지자같고,지혜로워 보인다.
차이에 의한,차이에 대한 갈등은 있을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가 같은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압록강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흐르고 있다.앞으로도 흐를 것이다.영원한 불변의 진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