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내가죽었습니다를 읽고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제목에 의문이 들었다. 이런 말은 내가 죽은 다음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어쨌든 재준이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이 말은 재준이가 죽어서도 어디에선가 살아있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몇 페이지를 읽지도 않아 울음이 나왔다. 어느 때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 곁에서 떠났다면 과연 이날이 평화롭고 일상적인 날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인 동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당시엔 죽을 것 같지만
살아지는 게 또 사람이고 그것이 신이 내린 벌이자 축복일지도 모른다. 망각한다는 것, 그래서 죽음이 더 슬플 지도 모른다. 잊힌다는 것, 볼 수 없다는 것, 잊는다는 것, 무언가를 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죽은 영혼의 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려고 한 재준이의 순수함과 사랑하는 여자아이에게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 가장 친한…(생략)

무 예쁘고 천사 같아서……. 그래서 그런 거야……. 이러셨는데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세상은 너무 순수한 사람을 품기에는 독한 곳 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신의 배려로 남들보다 일찍 데려 간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되비추어보는 존재이다. 따라서 죽음은 삶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존재라는 것. 살아간다는 말 자체가 죽어간다는 말, 우리에게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죽기 전에 이런 의문점에 대해 생각 해보아야한다.
소설속의 인물인 재준이는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토바이를 타다가 그만 ……. 재준이의 죽음이후 소설속의 또 다른 인물인 유미는 재준이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일기를 받아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유미와 마찬가지로 난 이 문구를 보았을 때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죽을 나이도 아니고 일기 첫 장에 그렇게 써놓다니 재준이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했던 것일까? 재준이는 시체놀이를 좋아했다. 재준이는 죽은척하고 살아보는 것이 삶을 오히려 더 소중하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죽었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혼을 내는 아버지도 자잘한 잔소리로 자식들에게 훈계를 하는 어머니도, 방과 후 하다 가야하는 학원도 그에게 도통 눈길을 돌리지 않는 소희도……. 시체놀이를 하면 그런대로 익숙해지고 견딜만해 지는 것이다. 하지만 열여섯 살 소년에게 찾아온 사랑은 익숙해져 시들해지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시체놀이도 소중한 친구의 조언도 소용없는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이다. 모든 것에 의미를 잃어버린 재준이는 마지막 의미인 사랑의 찾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다가 정말로 일기의 제목처럼 세상의 떠나 버렸다.
그렇게 유별나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은 한 소년의 어이없는 죽음은 그 소년과 부대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 큰 빈자리와 멍울을 남겨 놨다. 안타까운 죽음에 괴로워하고 재준 이와의 우정을 추억하며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느끼는 유미의 아픔이 나에게 까지 전해 오는 듯 했다
죽은 재준이의 일기를 들여다보며 유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타인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를 반성하고 그토록 싫어했던 이혼한 엄마와 아빠의 삶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유미의 변화는 친구 재준이의 유서와도 같은 일기를 읽으면서 이루어 졌다, 유미는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조금씩 자신의 삶을 추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 보일까? 그렇게 삶을 더 소중하게 여겨보려고 죽은 시체놀이를 하던 재준이는 정말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유미는 끝내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따스하고 깊어진 마음으로 친구를 아름답게 떠나보냈다, 유미가 재준이의 어처구니없는 죽음뒤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 나서서 결국 발견한 것은 재준이의 어이없는 죽음 끝에 매달림 허망함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다간 절실한 친구의 그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청소년들의 사랑, 우정 그리고 꿈에 관한 이야기를 유미의 기억과 재준이의 일기장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죽음이란 우리의 일상 가까이 언제나 살아있음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며 성장의 한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어린 영혼의 빈자리는 여전히 아프다. 그것을 부정할 순 없으나 어이없는 죽음이 주는 허무함은 지나쳐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죽음 못지않게 사라있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물론 지루한 일상을 충실하게 견뎌내는 방식이 재준의 시체놀이가 될 수도 있고, 나만의 어떤 방식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재준이에게 있어서는 그 놀이는 삶에 대한 강한애정이며 집착인 것이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물음은 내게로 되돌아와 물어본다. 삶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