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혼을 읽고 어둠의혼

<어둠의 혼>
아버지께..
아버지 저 갑해입니다. 벌써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열 해가 지났고, 우리가족은 웬만큼 꾸려나가며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분선이 그리고 분임이누나, 이모 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습니다. 문득 아버지가 생각나서 이 편지를 보내봅니다. 저는 아버지가 하셨던 일에대해 정말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광복전까지만해도 아버지는 저의 동경이었습니다.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하셨을뿐만 아니라, 밤에는 야학을 열어 야무진 청년들을 가르치셨잖아요.. 그런데 광복직후 아버지는 갑자기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버리신 것 같습니다. 툭하면 집을 나가서 한달동안 들어오시지도 않고, 설령 집에 들어왔다 해도 몇일 안있으셨잖아요.. 저는 그런 아버지를 요술부리는 마술사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어린 마음에 아버지는 무언가 위대한 일을 하실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곳에선가 이 어지러운 사회를…(생략)

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고 어머니는 매일 우리의 끼니를 걱정하십니다. 그나마 다행이도 술집을 해서 어느정도 자리를 굳힌 이모께서 있어서 다행이지.. 우리는 그분 마저 없었더라면 배고파서 죽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날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아버지가 잡혓다는 소식이 만무하고 누구나처럼 총살을 당할것이라는 소문이 나던 그 날을.. 어김없이 어머니께서 이모네 집으로 동냥을 가시고 분선이와 나는 기다립니다. 너무나도 오시질 않길래 이모네집까지 갔지요.. 그 집에서 한끼 배부르게 먹고 왠지모를 자신감을 얻어 아버지께서 잡혀계신다던 지서로 가봅니다. 이모부도 그곳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점도 왠지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갑자기 원인모를 설레임이 살아났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보고싶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내 생에 한번이라도 더 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달려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모부께서 보여주신 아버지의 모습은 쌀쌀하기 그지없는 몸뚱아리에 불과했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구나.. 나는 이제 아버지 없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제가 질문한 문제 기억 나십니까? 달걀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저는 이렇게 크고나서야 비로서 아버지께서 대답하신 ‘모른다’ 의 의미를 알게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안개 속 같은 신기한 세상, 나는 이제 집안을 떠맡은 기둥으로서 힘차게 버티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을 들었습니다. 세상을 용기 있게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평온하시길 빌겠습니다.
아들 갑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