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꿈이라는 단어가 내 가슴속에서 꿈틀거릴, 새싹이 피어나 쑥쑥 자라고 꽃을 피우게 되듯 나도 어느덧 내 앞을 보아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삶이라는 공간도 알아야 하고 일의 자리를 포함한 십의 자리와 더 나아가서는 백의 자리와 천의 자리까지 알아야 하는 제법 어른스런 소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삶의 진실한 모습과 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수도없이 던져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책은 삶이라는 공간에 손이라도 푹 담글 수 있도록 나의 앞으로의 삶의 과정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
꿈을 절대 버리지 않았고 결국엔 기적을 이뤄낸 이 책의 주인공 `잎싹`. 솔찍히 처음엔 하필이면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잎사귀라는 좋은 뜻이 있었다. 물론, 그 이름처…(생략)

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의도는 달랐다. 정녕 필요한 것은 `꽃이 피어나고 잘 가꾸어진 길` 보다는 `철조망과 가시밭길`에서 긁히고, 찔리고, 피와 눈물을 흘리면서 인생을 참답게 사는 법을 터득하자는 것이다. 즉, 세 번째 암탉인 `잎싹`처럼 모든 고난과 시련을 겪고 발꿈치를 들어 벽 너머의 행복이란 단어를 맛보자는 것이다. 물론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 어려운 과정 뒤에 행복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히 진실된 삶으로 한 장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잎싹은 양계장에서의 편안한 삶을 살기를 거부하고 마당을 나와 참된 삶을 살기를 바랬다. 폐계가 되어 버려졌을 때에도 낳지도 못하는 알을 품는다는 소망을 잊지 않고 목숨을 견딜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친구인 나그네 청둥오리도 만나고, 마당에서 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여 쓰라린 아픔을 견뎌야 했던 잎싹은 우연히 족제비에게 죽임을 당한 청둥오리의 짝인 뽀얀오리의 알을 품을 수 있었다. 그토록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꿈! 결국은, 이루어 낸 것이다. 비록, 그 알에서 태어난 것은 오리였지만, 야생 오리로 살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워낸 잎싹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알을 품는다는 소망을 이루어 낸 것도 대단하고, 자신의 자식이 아닌데도 엄마 역할을 하면서 초록머리를 잘 키워낸 부분에 대해서도 너무나 존경스럽다.
나그네 청둥오리는 아기 초록머리가 잎싹의 품에서 안전하게 알을 깨고 안전한 장소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결국은 족제비의 배를 채워주었던 이 책의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었나 싶다. 잎싹의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역경과 고난, 그리고 시련...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피할 줄 아는 법을 잎싹에게 깨닫게 했다. 잎싹은 자신이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항상 사랑하고 아껴주며,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도록 초록머리의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 희생을 하면서 잎싹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삶을 멋지게 장식한 것이다.
그리고 암탉과 같은 짐승을 잡아먹지 않으면 자신과 새끼들이 죽을 처지에 놓여있는 고달픈 애꾸눈 사냥꾼의 삶. 이것은 잎싹이 지렁이와 눈만 큰 잠자리를 잡아먹는 것과 같은 어쩔 수 없는 먹이사슬의 규칙인가 보다. 하지만 결국엔 잎싹은 이 규칙을 통한 자신의 운명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잎싹의 행동에 또 한번 감동했다. 잎싹이 날개를 펴서 하늘을 나는 배경으로 마무리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너무도 아름답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그리고 시의 한 편에 젖어있는 향기에 취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 적어도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양계장에서 사는 암탉의 삶이랄까... 그렇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되는대로 살아온 시간들을 보낸 것 같아 너무 후회스럽고 반성을 해야했다. 내 삶이라는 나침반이 한 곳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삶 전체를 계속 혼란시킨다면 영락없는 양계장의 암탉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의 소망인 꿈의 방향을 확실히 찾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잎싹의 삶과 같은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더욱 노력하고, 내 목표를 위해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여 노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하겠고, 가장 가슴에 닿았던 부분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