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이웃나라 먼나라이웃나라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고..
먼나라 이웃나라는 만화책이면서도 교양도서의 범주에 드는, 소위 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연 책이라 할 수 있다. 이원복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각각의 컷마다 어우러져 세계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1권부터 6권까지는 유럽의 국가 6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에 대한 것이고 7권부터는 일본과 한국에 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6권까지는 87년에 처음 출판되었지만 7권 일본편은 2000년도 쯤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이원복씨를 알게 된것도 이 책을 통해서였다. 이번에 러시아에 다녀왔지만, 유럽은 여전히 나에게는 잘 모르는 세계요, 어떻게 보면 미지의 세계이다. 그러나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을 통해서 나는 유럽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눈을 뜰 수 있었다.
우선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은 보수적인 성향이 짙지만 유럽은…(생략)

한 다른나라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안락사를 위해 네덜란드국적을 지닌 선박을 공해상에 띄우고 그곳에서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 한가지는 이 모든 것이 철저하고 엄격한 규제와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 지기 때문에 반사회적인 사건을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세가지 문제는 윤리, 종교상을 현재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재한 이슈들이기 때문에 네덜란드를 비난하는 단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네덜란드의 개방적인 (어쩌면 너무 지나칠지도 모르는) 정책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개고기가 일부 유럽인들에게 혐오감을 심어준다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 고유의 사고방식, 그리고 문화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잣대로 모든 사실들을 평가한다면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 뿐더러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 사례는 중동지방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가장 대표적이다.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네덜란드의 개방적인 정책들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흥미있는 것은 스위스의 ‘무장 중립’이다.스위스는 오스트리아로부터의 독립 이래 지금까지 나폴레옹시대를 제외하면 계속 무장 중립을 유지해 왔다. 그 덕분에 많은 이익을 얻었고 각종 국제평화관련 기구들이 그 본부를 스위스에 두고 있다. 자신을 지키는 힘을 충분히 가진 다음에 중립을 선언해서 어느 편에도 휘말리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이 실리 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무장 중립을 선언했더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고대 로마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제 6권 이탈리아 편은 대부분의 지면을 고대 로마 역사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고대 로마 역사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 한때 지중해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역사, 카르타고의 한니발,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 정치이야기, 영토 정복 전쟁 등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먼나라 이웃나라’ 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보았다. 사실 이 책의 작가인 이원복씨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싶다. 내가 그의 만화를 많이 접해 보았는데 그의 만화는 교양적으로도 유익할 뿐 아니라 보면 볼수록 흥미가 가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성공시대란 프로그램에서 이원복씨에 대해서 방송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린이 신문에 만화를 연재했었고,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만화가로서 시사만화, 교양만화를 집필하기도 하시며,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로서 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는 서울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러나 독일 뮌스터 대학 디자인 학부로 유학을 다녀온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곳에서 그는 한국에서 생각했던 미술이 아닌, 새로운 미술을 발견한다. 한국에서 획일적인 그림을 주로 그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곳에서 그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미술이 무엇인지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이때 그가 체험한 것은 그가 다년간 유럽생활을 하면서 얻은 유럽의 다양한 문화, 역사, 사회적 상황 등의 체험과 더불어 먼나라 이웃나라를 그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원복씨가 그린 만화들을 제법 많이 봐왔다. 주간조선에 연재되는 현대 문명 진단,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 여행, 뉴스 뒤집어 보기 등등...... 그가 그리는 만화들은 코믹물 성향의 만화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적이고 교육적인 내용, 사외 비판, 풍자가 그의 만화의 주 소재가 된다. 그리고 그런 약간 무거울 수도 있는 내용을 가볍고 알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 내가 이원복씨가 그리는 만화들을 다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원복씨의 다른 만화들도 시간이 나면 읽어보기를 기대하며 독후감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