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을 읽고

무정을 읽고
무정은 이광수의 첫 장편이며 최초의 근대장편소설로 신학문을 공부한 이형식과 선각자인 척하는 김장로의 딸이요 과도기의 신여성인 성형 형식과 어릴 때 정혼한 전형적인 구여성에서 신여성으로 이행해 가는 박영채, 신문기자이면서 내일을 내다보려는 지향적 의지를 지는 신우성 또한 죽음을 택하는 영채를 구해 주고 정신적인 감화를 주어 일본으로 음악공부를 하러 가게 하는 김병욱등이 등장하는 과도기의 조선을 모습을 그런 작품이다. 무정은 러일전쟁을 통해 눈을 뜨게 된 조선을 배경으로 주선의 청년의 이상과 고민을 민족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작품이다. 그로부터 이광수는 사실적인 현실묘사와 조선청년의 진로에 구체적인 계몽적 도움을 주기 위해 창작된 것이다.
무정의 이러한 선구적인 성취로 말미암아 이광수의 문학은 실체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거나 이와는 달리 부정적인 비판의…(생략)

과 영채를 사이에 둔 삼각형의 구도로 나타난다. 이형식은 동경유학을 한 청년으로 개화된 집안에서 신문학을 공부한 성형과의 결합을 꿈꾼다. 소설 처음 부분에 가정교사로 가는 형식의 심리묘사부분에서는 선형과 잘되고자하는 생각이 담겨있다. 여기에 정신적인 숭배자의 딸이고 어릴 적 정혼한 사이인 영채가 나타난다. 새로운 의식으로 꿈꾸던 선형과의 결합은 갈등 속에 좌절된다. 이러한 좌절을 이광수는 영채의 자살소동으로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영채의 자살, 그것은 형식에서 있어서 좌절의 청산이 될 수도 있고, 자멸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있기는 하나 이상적인 형식은 선형과 정혼하여 애초의 욕구를 성취하여 파멸했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구제한다.

영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개화 운동가인 아버지에 의해 정혼한 형식과 결합해야 한다는 욕망을 가지는 것은 한 여성으로서의 영채가 성취하고 싶은 욕구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버지와 오빠가 체포되어 옥사함으로써 첫 번째 좌절을 맞게 되고 배학감에서 순결을 잃음으로써 두 번째 좌절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좌절은 김병욱을 만남으로써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새로운 성취를 보게 된다. 결국 일차적인 요구는 형식과 결합하는 것이었으나 변이된 욕구는 일본 유학에 의한 자아의 신장이다. 앞의 욕구는 관습에 맹종하는 사회적 욕구인 반면 뒤의 것은 근대의 자아의식에 터전을 둔 인간적인 욕구이다. 이광수는 잉 인물을 통해 구질서의 맹신자가 어떻게 새 질서에 의한 성취의욕을 가지게 되는가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정은 최초로 한글문체를 완성시킨 작품이며 또한 자유연애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가족 제도의 구조적인 무순을 구체적인 풍속을 통해 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이광수가 주장한 풍속적 도덕적 개조는 일본 제국주의를 합법적인 것으로 은연중에 인정하는 자기기만에 빠지게 되고 결국 이광수의 후기 문학과 친일을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묶어 두는 계기는 만들고 있다. 결국 이광수는 초기문학을 통해 구 가족제도의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한 마지막 개화세대에 속하며 예술가가 곧 인격자라는 그의 문학관과 정치 배제의 친체제적 성격은 그 다음세대에서 극복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소설에서 인물 간의 성격이 그 당시의 사회를 대표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읽고 그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한 남녀간의 애정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민족에 대한 각성으로 까지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곧 이 소설 안의 인물간 사이의 갈등이 곧 그 당시 사회 당시의 대표적인 이념간의 갈등인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교육을 통한 민족의 계몽을 주제로 한 부분이다. 앞서 이념간의 갈등이라고 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것은 바로 봉건적인 이념과 반봉건적인 이 두 이념간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이념은 각각 과거의 `영채`(유교 교육을 받은 순종적인 여인)와 `이 형식`(가장 형식? 적인 인물), `김병욱`등의 인물들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이념이 신교육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개화기의 지식인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이 형식`의 행동을 살펴보면

첫째, 그는 진실한 사랑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선형`의 집안과 외모, 그리고 미국 유학에 눈이 멀어 그녀와 결혼을 택했고, 영채에 대한 사랑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스승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인 것이었다.

둘째, 그의 잘못된 사회 인식이다. 그 당시의 우리 나라는 식민지였다 (박진사가 애국지사로 체포됐다는 것으로 보아서 추측). 그러나 식민지 시대에 우리민족을 계몽하려 했던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 새장 안에서 새가 날고 싶은 욕망에 날개를 파닥거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셋째, 그의 잘못된 교육인식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교육과 민족의 계몽을 위해서 단순히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시고 있다. 뿌리가 있어야 식물이 지탱하듯이 우리의 문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 민족을 어리석게 생각하는 그는 오히려 문화적 사대주의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이러한 그릇된 행동과 생각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면 신교육을 주장하려 했던 작가의 잘못된 주관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더욱이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영채, 선형, 우선, 병욱)을 보아도 그 사실을 더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교육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이 오는 날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우리사회에 맞추려다가 얼마나 큰 낭패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학교를 예로 들어서 보면 수행평가를 들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미국의 교육방식을 떠온 것인데 환경과 조건이 맞지 않은 우리학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은 도박이 아니다. 교육은 나라를 짊어질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젖줄이다. 또한 이것은 새로운 것만이 존재해서도 안 되고 보수적인 것만도 아닌 스스로의 적응이 요구될 따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교육은 무엇일까? 나에게 이런 질문이 온다면 조화된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알차고 빛깔이 좋은 과실을 맺으려면 굳고 튼튼한 뿌리와 새롭게 뻗쳐나간 줄기와 가지가 필요하다. 줄기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가진 사람은 좋은 과실을 먹기에는 힘이 들것이다. 물론 뿌리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마찬
가지 경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나무 전체를 보고 그 모든 부분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러한 시야가 넓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알찬 과실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