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처

빈처
우리는 주위에서 많은 부부들이 이혼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세계 제 2의 이혼의 나라로 찍힌 우리나라, 또한 더 부끄러운 것은 요즘 이혼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성격 차가 아닌 가정 형편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세상이 정말 맞나보다. 하지만 빈처라는 책을 읽게 된다면 물질적인 사랑보다는 정신적인 사랑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K의 부인의 친정은 어느 정도 살림이 넉넉하여 친정에서 가져온 쌀과 돈으로 끼니를 겨우겨우 잇는다. 또한 글쓴이의 부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전당포에 팔아 돈을 얻는다. 글쓴이가 일을 하면 좋겠지만 그는 지식인으로 예술(문학)을 한답시고 돈을 벌지 못하는 무능한 사내이다. 어느 날은 그의 친구이자 친척인 은행원 T는 부인 줄 양산이라며 자랑을 하러 온다. 지금 무명 작가여서 돈줄이 잡히지 않는 K를 고려하지도 않은 T가 얄밉기도 하였다.…(생략)

한숨 자고 처가로부터 얻어온 맛있는 찬들로 아내에게 밥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처형 눈 위에 멍든 이야기를 하며 행복의 기준이 물질이 아님을 공명한다. 이튿날 뒤 저녁쯤 처형이 계집종을 데리고 집에 들른다. 남편 흉을 잔뜩 보며 그래도 물질이 풍부한 남편능력도 과시하며 그런 남편이 자기를 기다린다며 황급히 떠나면서 처에게 신발 한 켤레를 사주고 간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펴보지도 못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자격지심에 성이나 냈을 법한 남편이 가련한 생각에 펴보라고 너그럽게 권한다. 펼쳐진 신발을 보고 기뻐하는 아내를 보고 남편은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마음이 너그러워 진다. 생전 속내를 내어놓지 않던 K 자기도 출세를 해서 비단신 한 켤레를 아내에게 사주고 싶다고 고백한다. 여자는 정말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남편에게 속상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봄눈 녹듯 다 사라지면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깊은 부부애로 이 소설은 절정에 다다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여자를 내 아내로 맞을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요즘같이 물질 만능이 시대에 정말 정신적인 면을 앞세워 나를 사랑해줄 여자가 몇 명이나 될까 의문도 해본다. 그렇지만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결심했다. 결혼 할 때는 물질보다, 외모보다, 실력보다 이 빈처처럼 어떤 상황에도 나를 믿고 따라 줄 수 있는 착한 여자와 결혼하기로.... 진정한 사랑이란 풍부한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이해하고 신뢰하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추구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