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읽고

상실의 시대를 읽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원한 이 시대의 고전들이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같이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읽혀나가는 소설을 보면 세계 문학의 중심지가 미국이라는 말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영미문학이 독자들을 주름잡는 시대가 도래해 있다. 그 중에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는 훌륭한 소설들도 많이 있지만, 과연 괴테나 셰익스피어, 빅토르위고같이 영원히 우리네 가슴에 남아 진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소설이 그중 몇이나 될까. 아시아권에 접할수록 순수문학이 형편없이 초라해 진다. 인정하긴 싫지만 아시아 문학을 주도하는 나라는 일본이고,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빼면 별로 할 이야기도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만 수 백 만 부가 팔려나간 초 베스트셀러다. 현재 순수문학으로서 아시아권에서는 가장만은…(생략)

려하다고 하나, 우리 문단의 보루와 같은 이문열의 소설들을 보면 상실의 시대에 나온 기교들은 아이들이 옹알이 수준으로 바께 느껴지지 않는다.(실제 이문열 소설의 기교는 정말 화려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 그의 소설이 시선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 표현 기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의 순수 문학 중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나<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게 더 많은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물론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데서 약간의 페널티가 있다고 보지만 문화의 상대성인지 감수성의 차이라서 인지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소설인 듯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무식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재미가 없다. 어떻게 세계적인 대 문호가 일본에서 쏟아지고 있는 지도 나에게 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좀더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일본 문학이 한국 문학을 앞지르는 데는 그들의 뛰어난 표현 기법보다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구시대의 통찰력으로는 세계를 주름잡을 수 없고 또 기피해야될 이야기들을 꺼내야 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소설들은 한국 문학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졸렬하게 치졸한 생각에 매여있는 것 보다 통쾌하게 꼬집고 밝혀내는 것. 일본문학이 저질스럽다는 이야기가 이제 힘있는 비판이 되지 못하는 점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상실의 시대 같이 아시아권에서 호평을 받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작품이 한국에서 나오길 빌어본다. 잠시 뒤 처져 있던 한국 문학의 저력을 온 세계에 떨치다는 생각, 어린 고등학생의 망상으로 끝나야 할까?
인상깊은 구절: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생각을 바꿨는지 그만두고, 젓가락을 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가 뜻하지 않게 침울해졌네, 어째서 이런 이야길 하게 됐지?" "브래지어 이야기부터였지." "바로 그 국물 계란말이야. 알고나 먹어 줬으면 해." 그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출처: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