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압록강은흐른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어느 수업을 막론하고 이제까지 과제로 제시된 독서 목록 중에서 그다지 흥미롭게 책을 읽은 기억은 없다. 아니, 사실은 거의 읽지도 않고 인터넷을 뒤져서 대충 구색만 갖췄달까. 하지만 `압록강은 흐른다.`는 과제의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꽤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유년기에 대한 기억들은 읽기에도 꽤 재미있었고, 아버지로부터 배워 나가는 학문과 서예, 바둑. 그리고 아버지와의 대화 등은 말 그대로, 한국 사대부 가문의 고풍스러움을 실감하게 했다. 원래, 동양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개화기 부분에 있어서는 막연한 `두근거림` 같은 것을 느낀다. 특히, 일본의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만화나 소설등을 좋아하는데, 서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과 가로등. 거리를 활보하는 서양인들. 서양식 의복 차림을 한 동양인들. 여전히 잔존해 있는 전통적 양식의 건물들과 복색. 봇물처럼 밀려 들어온 새로운 사고…(생략)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이야기가 당대의 현실을 논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필자는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 매우 기록적이랄 수 있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 만큼, 그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없는 것은 역시 아쉬운 점이다. 실상, 이 사람은 그다지 아픈 시대를 통감하며 살지는 않았다.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투철한 의식을 가져서라기 보다는 그저 휩쓸리듯이 3.1 운동에 참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서는 위험하니 외국으로 떠나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어렵지 않게 경비를 마련해 약간은 유람하듯 배를 타고 독일을 향해 떠난다. 스스로의 노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하자면 `닥터 노구찌`같은 `필사의 노력` 없이도 어느정도 주어진 조건에 의해 남들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