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Jeremy Rifkin의 ‘엔트로피’ 를 읽고.
친구들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떤 친구는 재미있다고, 어떤 친구는 느낀 점이 많다고. 그래서 읽었다. 그 결과는 -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열역학 제 2법칙. 예전에 내가 이 법칙을 처음 배웠을 때 생각했던 것이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엔트로피가 최고점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였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 이걸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 그것을 강렬하게 꼬집고 있다. 그럼 엔트로피, 이 책을 간단하게 훑어보겠다.
먼저 저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세계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 중세 기독교적인 세계관, 그리고 현대의 기계론적 세계관.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은 세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호라티우스)’를 모토로 하여, 지금 이 시대를 최대한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자는…(생략)

어느 날의 수업으로 세계관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현대적 세계관은 기계론적 세계관이라고 한다. 자연을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로 보고 천연자원을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역사는 진보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사회는 중앙집권적으로 변하고, 인구는 고밀도로 도시에만 많아지며, 기계를 많이 사용하고 농업도 기계로 한다. 저자는 인간들이 세계를 기계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엔트로피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자연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에너지 효율은 급속도로 저하되고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효율이 좋아진 것 같지만 실제 다른 엔트로피까지 감안하면 더 효율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즉, 어떤 상황, 사건에서도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것을 토대로 살아가야 한다. 예외는 한 가지 있다. 사실 이것도 ‘지구’라는 계만 생각할 때 예외이지 태양계로 생각하면 이것도 또한 엔트로피의 법칙 적용 대상이다. 그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사용해서 광합성 하는 녹색식물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녹색식물들을 마구 베고 태우고 있다.

이 책 전체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는 고엔트로피 사회이며, 저엔트로피 사회로 가야 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 에너지는 재생가능하고 흘러가는 에너지인 태양에너지이다.
?미국은 혼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인간의 어떤 활동은 부분적으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주위 환경의 엔트로피가 더욱 증가한다.
?자본집약적이고 중앙집권적이고 기계적이고 복잡하고.. 이런 현대적인 것일수록 과거의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 인간은 과거의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도시의 인구는 10만명 이하로, 주위의 농지에서 노동집약적 유기농업으로 자급자족 가능해야 한다.
?인간은 지구라는 가정의 시중꾼이 되어야 한다. 자연을 도구로 생각하면 안된다.
?역사는 진보가 아니라 퇴보의 과정이다. 지금 풀 한 포기가 난다는 것은 나중에 풀 한 포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지구라는 계 안을 두고 봤을 때 오로지 녹색식물만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엔트로피를 감소시킬수 있다.
?지구의 인구는 10억 명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 인간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이용하여 너무 인구를 늘려왔다.

이 책은 열역학 제 2법칙을 모든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을 써놓은 글이다. 난 단지 알고만 있었던 열역학 제 2법칙, 이것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역사는 퇴보하는 과정이다?! 후대로 갈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뉴턴의 세계관 속에서 교육을 받아 왔고 그래서 당연하게 그 세계관을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 온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었다. 지금은 그것을 이해한다. 엔트로피가 한계점까지 올라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현재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이대로 살다간 정말로 Homo Sapience는 멸망해 버릴 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피부로 실감한다면 정말 절약하는 삶,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 엔트로피가 오래 전에 쓰여 졌고 또 많은 극찬을 받아왔다고 해도, 비판할 점이 없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안 좋은 점은 무엇보다 ‘반복’이다. “고 엔트로피 사회, 이제 엔트로피 분수령에 이르렀다, 엔트로피 법칙을 적용하여 저 엔트로피 사회로 가자”를 계속 반복한 게 이 책의 반이다. 엔트로피 법칙의 모든 분야에의 적용을 적으려고 한 듯 하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책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모든 것을 미국을 예로 들어서 미국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 어느 산업에서 몇 %, 어느 산업에서 몇 %... 로 설명하고 있다. 너무 많은 통계자료와 너무 많은 인용도 그렇다. 한 문단 안에 끝없이 나오는 %와 “”은 사람을 지겹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읽다 보면 중간 부분은 별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모든 분야에 대해서 엔트로피의 법칙을 적용한 것을 전부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나의 뇌 속에 생생히 살아 있을 몇 가지 고정관념 중 하나를 깨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 이게 나의 마지막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