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단춘전을 읽고 옥단춘전

<<변치 않는 믿음과 의리>>
-옥단춘전을 읽고-
??온 세상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친구이다. 그 만큼 친구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옛말에 ??죽마고우(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던 옛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오래된 친구는 가족만큼이나 때로는 가족보다 더 편안하고 믿음이 가는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친구가 배신을 한다면?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 옥단춘전이다.
이혈룡과 김진희는 어려서부터 변치 않는 우정을 약속하면서, 둘 중에 먼저 출세하는 사람이 남은 사람을 도와 주기로 맹세하였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뒤, 과거에 급제한 김진희는 평양 감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혈룡은 가난한 처지가 된다. 이혈룡은 지난날의 약속을 믿고 평양 감사가 된 김진희를 찾아간다.
??김진희의 도움을 받으면 혈룡은 좀 나아질 것이란 생각을 하며 나는 그런 친…(생략)

하기에 이르렀으니, 이혈룡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힌 후 계속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던 옥단춘이 혈룡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구해주자 그제서야 난 안심이 되었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옥단춘의 권유로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간 혈룡은 자신의 가족들이 옥단춘의 도움으로 잘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혈룡은 과거에 급제하게 되었다. 그런데 혈룡은 자신이 과거에 급제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초라한 모습으로 옥단춘을 찾아간다. 여기서 난 춘향전이 생각났다. 그 다음부터 옥단춘은 춘향이와 거의 같은 인물이 되어 변함없이 혈룡을 반겨주게 된다. 변함없는 절개를 강조함은 이조시대의 전형적인 남성중심이나 남성우월의 사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옥단춘과는 반대로 김진희는 여전히 옥단춘과 이혈룡을 강물에 던져 죽이려 한다.
정말 진희는 나쁜 친구였다. 그렇게 어리석을까? 그리고 혈룡이 암행어사로 나타나 진희를 찾아간 것도 춘향전의 이도령과 너무 닮았다. 거지꼴의 모습도 그렇고 다음 장면 역시 비슷할 것같았다. 그래도 재미가 있어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이혈룡이었다면 암행어사 마패를 들고 당당히 걸어들어 갔을 것같다. 예전에 자기가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을 때, 자기를 반겨주기는 커녕 죽이려 했었던 것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혈룡은 큰 인물이므로 김진희의 잘못을 알려주기 위해 간 것인지도 모른다. .
옥단춘이 물에 빠지려는 순간, 혈룡은 암행어사로서의 신분을 밝힌다. 그리고 김진희를 파직하고 벌을 내리려 했다. 그러나 이혈룡은 옛정을 생각하여, 차마 자기가 받은 그대로 돌려 주지 못한다. 그 때 하늘에서 갑작스런 번개가 내리치며 김진희는 시신도 없이 죽고 만다.
혈룡으로 하여금 복수를 하게 하지 않고 하늘에게 맡겨버린 것은 주인공의 마음씨가 너무 곱게만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이혈룡이었다면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했으니 분명히 진희를 죽이든지 벌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혈룡은 예전에 쌓았던 우정을 생각해 물에 빠져 죽기 전에 건지려고 하였다. 이렇게 마음씨 착한 친구를 외면한 김진희가 더 불쌍하였다. 만약 이혈룡이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김진희가 이혈룡을 도와 주었더라면 둘은 변함없는 우정을 간직한 채, 잘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김진희는 끝까지 이혈룡을 외면해 이런 천벌을 받게 된 것이다. 이혈룡의 착한 마음씨를 대신해 하늘이 천벌을 내린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출세한 김진희는 초라한 이혈룡을 보고 모른체 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옛 친구를 죽이려 한다. 김진희에게는 이혈룡과 예전의 약속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성가신 일 뿐이다. 서로 돕기로 철석같이 맹세했던 옛친구가 갑자기 적으로 변하여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협하기에 이르렀으니 그런 이혈룡의 마음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우정이란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그런데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 때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는 친구를 보며, 혈룡은 얄팍한 우정에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 분노 때문에 이혈룡이 출세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릇된 우정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 친구간의 변하지 않는 믿음과 의리는 정말 중요한 것이다. 내가 어려운 일에 처해있을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가 정말 진정한 친구이다. 하지만 김진희처럼 어렸을 때 한 약속을 잊고 친구를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고 까지 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옥단춘전은 그릇된 우정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친구 간의 변치 않는 믿음과 의리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옥단춘이 비록 기생이지만 혈룡에게 보내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리고 그 절개 역시 이조의 여인이다. 기생이란 신분으로 그것이 가능했을까?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모든 이야기가 남성위주나 가부장적인 사회모습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친구의 모습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믿음 사랑 등등의 낱말을 깊게 생각해본 좋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