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을 읽고나서 우상의 눈물을 읽고

우상의 눈물을 읽고...
나는 우상의 눈물 마지막 기표의 편지 앞줄에 쓰여진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이 말을 듣고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 정도로 놀랐다. 기표를 동정하고 돈까지 모아 어려운 기표를 도와주며 기표의 집단과도 친해지는 모습을 보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으로 확신한 것에 조금의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기표의 말에 내가 뭔가 빠뜨린 내용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표는 왜 무섭다고 하였을까? 또 무엇이 무서웠던 것일까?
기표는 완벽한 악마 그 자체였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아이들은 모두 린치를 하여 굴복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나’도 그렇고 기표와 대등할 거라 생각한 형우마저도 기표에게 심한 린치로 병원에까지 가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우는 기표를 감싸주고 기표를 도와주자는 제안도 한다. 하지만 사실 형우…(생략)

밀고 나갔다. 그네는 교무실을 나가며 자꾸 아쉬운 듯 우리들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그네를 배웅하고 돌아온 담임이 의자에 소리나게 주저앉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 망할 새끼가 끝까지 말썽이란 말이야”
그는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투덜거렸다

위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담임선생님은 기표를 적대하고 혐오감까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 담임과 형우는 기표를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교묘한 술책으로 그를 굴복시켜버린 것이다.
나는 무서웠다. 단순한 악보다 교묘하고 위선적인 술책이 기표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은 아무도 기표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형이라고 호칭하는 아이도 드물었다. 아무나 곁에 가서 말을 걸 수가 있었고 때로는 어깨도 쳤다.
그것은 기표가 아주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도 수줍어하는 그 아이는 그렇게 당당하던 체구마저도 왜소하게 짜부라진 채 우리가 보통 사진을 찍을 적에 <치이즈>하고 웃듯 그런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이 것 또한 기표가 이젠 더 이상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반 아이들의 행동에 짓밟힌 자존심, 무력함을 느낀 나머지 그만 두려움에까지 도달해버린 것 같았다.


단순한 악보다 더 무서운 지성의 간교함,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 이 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 싶어했던 얘기, 기표를 두려움에 떨게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