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을 읽고나서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요즘 우리 사회에서 어딜 가든 꼭 하나쯤은 있는 ‘왕따’를 소재로 쓴 책이다. 하지만 단순한 왕따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왕따로 몰아간 주범과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인물의 아픔과 고통과 삶을 담아낸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왕따에 대해 다시한번생각하고 그 아픔과 고통을 되새겨 보았다.
중학생 천지는 어린나이에 자살로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였다.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고 똑똑했던 천지의 죽음은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죄책감과 아픔으로 되돌아 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온 천지는 그 당시 새로운 놀이 감을 찾고 있던 화연에게 딱 걸렸다. 착하고 조용했던 천지는 전학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때 자신에게 환하게 웃어주고 먼저 다가와 주었던 화연이 너무나 고마워서 화연이의 행동을 모두 참아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화연이가 교묘히 천지를 왕따 …(생략)

<작가의 말>부분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첫 시작에 “잘 지내니?”라는 부분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그런데 왠지 나는 작가 ‘김려령’씨가 천지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라는 그런 우아한 말이 아닌 ‘잘 지내니?’ 라는 평범한 안부인사로 생을 붙잡았다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어린 시절 고통으로 상처받았던 자신을 천지라는 인물로 표현했고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설정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작가는 천지를 이용하여 만약 자신도 천지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하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천지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부터 긴장이 도이었고 어린소녀의 아픔을 내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지레짐작하여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언니 만지와 엄마를 보며 가족애를 느꼈고 그들의 상처와 죄책감, 그리움은 천지의 자살보다 더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왔다. 만지와 엄마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힘차게 생활하고 있지만 천지의 죽음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고 한편으로는 정말 강인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죽으면서 화연을 용서한 천지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온전한 용서는 못해도 용서를 하고 간다는 천지의 편지... 나는 너무나 억울하고 비참해서라도 끝까지 화연을 원망하고, 화연이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도저히 화연이 같은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의문과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게 하였다. 책의 뒷 표지에 “오늘 ,당신도 누군가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건네지는 않았습니까?"라는 문장이 있었다. 책을 다 읽은 뒤 이 문장을 읽으니 왠지 내 가슴을 쿡쿡 쑤시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나의 모자란 행동 때문에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진 않았나, 누군가에게 화연이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나 자신을 질책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두려웠다. 무서웠고, 말 한마디 행동하나하나, 너무 생각 없이 한 것은 아닌 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도 ‘잘 지냈니?’라는 진심이 담긴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기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 한다’, ‘너 뿐이다’라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툭툭 내뱉는 우아한 거짓말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