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을 읽고,,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주인공인 김 첨지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그 시절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김첨지 역시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가난한 인력거꾼이다. 그는 병든 아내를 걱정하고 진심으로 아끼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설렁탕이 먹고 싶다는 아내에게 조밥을 먹고도 체하는 사람이 어떻게 설렁탕을 먹냐며 오히려 욕을 하며 화를 낸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조차 사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마음, 어쩌면 그는 아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무능력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인력거꾼인 김 첨지에게 잇따른 행운이 이어진다. 행운이라고 해봤…(생략)

그림자를,, 사람은 죽을 때가 다가오면 그것을 알 수 있다고 했었던가..
김 첨지는 자꾸 불안한 생각 때문에 아내가 빨리 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먹고 들어가게 된다. 기분이 좋아 마시며 즐기려고 술을 먹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내의 죽음과 자신의 힘겨운 처지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김 첨지는 취중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을 가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다다른 그를 제일 처음 맞이한 것은 방문을 열기전의 그 적막함, 이것은 나중에 벌어질 이야기를 정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 아내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김 첨지를 맞이하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김 첨지는 아내를 부여잡고 눈을 떠 보라며 설렁탕을 사갖고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며 절규한다. 그 순간에는 내 눈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김 첨지가 아내를 위해 사온 설렁탕을 먹어보지도 못한 채 하늘로 떠나 버리고 만 것이다. 얼마나 슬펐을까?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도 못했는데 호강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했는데 자신에게서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버리다니..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나큰 슬픔이 그를 억눌렀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짧은 단편소설이라서 글의 양이 많지 않은 단순한 글이다. 그래서 읽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런데 “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이라는 김 첨지의 말이 내 맘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병든 아내를 위해 약은커녕 설렁탕 한 그릇 조차 해줄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생활 때문에 아내에게 항상 미안해하지만 오히려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그였기에 내가 그 책을 읽고 더 슬픔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