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을읽고나서 독후감 운영전

운영전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지금으로 보면 고전소설을 만화책으로 만든 책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책들을 꽤나 즐겨보는 편이었고, 운영전도 어렴풋이 보았었던 것 같다.
운영전을 깊숙이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운영전은 단순하게 남녀간의 연애소설로 별다른 생각 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 불과했다. 근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고전소설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내가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운영전은 조선 후기의 애정 소설로 작자, 연대 모두 알려져 있지 않다.
운영전 역시 대개의 고전소설이 그렇듯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지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한문본과 한글본이 모두 전해지고 있으며, 줄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도덕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었다. 특히 조선 시대는 남녀칠세부동석을 엄격히 강조하였다.
따라서 남녀간의 자유로운 교제는 있을…(생략)

소설로서 간접적으로라도 현실과 다른 점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운영전은 안평대군의 궁궐인 수성궁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을 다룬 애정소설인데, 고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비극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고대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인 권선징악과 해피 엔딩에서 벗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운영전은 몽환적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영과 김 진사가 나타나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 주고, 그 후 유영은 꿈에서 깨어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영전은 일반적인 몽환적 소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몽환적 소설과는 다른 주인공이 현실과 꿈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운영전은 현실에서는 유영이 주인공이지만, 꿈 속에서는 운영과 김 진사가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귀신(?)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했다. 또한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이야기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여 유영과 운영, 김 진사의 대화 속에서 서술되고 있다. 이것은 운영과 김 진사가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직접 말함으로써 사실성을 부각시켜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과 김 진사는 결국 자유로운 사랑을 구속하는 사회제도적 올가미에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이는 영원한 굴복이 아니었다.
땅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늘에서마나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이룬 운명과 김 진사의 사랑은 헛되이 사라져 버리는 인간의 부귀, 영화에 대비되어 그 영원성이 더욱 빛나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이처럼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는 위대한 것이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운영전은 사랑은 영원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다. 또, 인간의 본성인 사랑을 억누르는 사회 제도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운영전은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자유로움을 가르쳐주고있는 것 같지만 나는 운영전에 나오는 두 인물처럼 목숨을 걸고 사랑을 할 자신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