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나서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나서...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무엇이 멀다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부유함’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가난하지만 아니,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바로 원미동인 것 같다.
이 책의 시작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으로 한 가족이 이사를 오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난. 남자는 그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난은 더욱 가족을 조여 온다. 낡은 집 지하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가족에게 추운 겨울 날, 주인집에서 집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겨울에 임신한 아내와 늙은 어머니와 함께 길로 내쳐질 지도 모르는 남자는 결국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씨’에서는 문화재 관련 회사의 외판원으로 취직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회사에…(생략)

다. 그러니 가족들도 애타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동네 사람들은 강 노인의 밭에 연탄을 가득 뿌려 놓았고 그의 땅에서 숨쉬던 마지막 생물들은 힘겹게 서 있었다. 강 노인은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하고 그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원미동 시인’에서는 원미동의 시인 몽달 씨와 꼬마 처제 이야기가 나온다. 몽달 씨는 약간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든 ‘나’와 친구이다. 몽달 씨와 나는 김 반장네 형제 슈퍼에서 종종 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몽달 씨는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몽달 씨는 피투성이가 된 채 김 반장네 가게로 뛰어들어와 형이라 부르며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김 반장은 피투성이인 그를 철저히 무시했고 나는 큰 실망감을 안게 된다. 그 후로 나는 김 반장을 슬슬 피하게 된다. 김 반장이 그런 사람일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원미동의 반장 직책을 받을 정도여서 착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한 마리의 나그네 쥐’라는 이야기는 솔직하게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를 않는다. 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쓴 것 같은데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겠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집수리를 원미동에 한 작은 가게에 맡긴다. 그저 주위 사람 추천으로 무턱대고 수리를 맡겼다고 아내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남자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두 일꾼은 하루 낮 종일 음식을 먹고 술만 마시고 그저 시간만 채우는 것 같았다. 젊은 청년 일꾼은 간식이 없다며 불평을 하다가 약속이 있다며 가버리고 결국 주인 남자와 비슷한 또래인 듯한 일꾼이 함께 일을 한다. 일꾼은 혼자서 금방 일을 해냈고 부인이 부탁한 옥상의 수리 역시 꼼꼼하게 해준다. 그리고 가격 계산서를 작성할 때 주인 부부를 놀라게 할 정도로 견적보다 값을 많이 빼준다. 주인 남자는 술이라고 하자며 일꾼과 함께 나가고 둘은 한참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일꾼의 사정을 알게 된다. 많은 돈을 받지 못한 그.. 그래서 그는 빚을 진 사람이 사는 가리봉동에 자주 가야한다고 말한다.
‘방울새’에서는 이혼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편은 죄를 짓고 감옥에 있는 상태였고 오늘은 친구와 친구 아이, 여자의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갔다. 아이들은 자꾸만 보챘고 사람은 매우 많았다. 여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그러다가 방울새 앞에서 그녀는 남편을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찻집여자’에서는 인삼찻집의 찻집 여자와 행복 사진관 엄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엄씨는 찻집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주위 사람들은, 세상은 그의 사랑을 불륜이라 표현했고 그 사랑을 충분한 비난거리로 몰아 넣는다. 결국 그의 아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대처하는 바람에 인삼찻집은 문을 닫고 그의 사랑도 끝난다. 결혼을 하고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려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일용할 양식’은 국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나는 11편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제일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원미동에서 쌀과 연탄만을 취급하던 경호네가 김포 슈퍼로 확장한다. 원미동에서 보기 힘든 성공이라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김포 슈퍼 뿐이었다. 그런데 그 근처의 김반장네 구멍가게 형제 슈퍼가 김포 슈퍼와 같은 쌀과 연탄을 취급하게 되었고 두 가게의 경쟁이 시작된다. 서로 원가 이하로 물건을 막 팔았고 두 가게의 경쟁은 점점 심해져만 가고 살판 난건 동네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빈 점포에 싱싱 청과물이라는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김포 슈퍼와 형제 슈퍼는 서로 동맹 관계를 맺고 싱싱 청과물을 몰아내려 애쓴다. 화가 난 싱싱 청과물 사내는 김 반장과 싸우지만 져버리고 가게는 곧 문을 닫는다. 동네 사람들은 김 반장을 욕한다. 시내 엄마는 싱싱 청과물의 편이었다. 그런데 동네에 시내 엄마네와 같은 전파상이 들어선다고 하자 시내 엄마는 심란한 표정으로 김 반장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꼭 그렇게 잔인하게 싱싱 청과물을 몰아냈어야 했나 하는 것이다. 서로 협의를 봐서 각자 정한 물품들만 팔면 되지 않았을까? 아무튼 싱싱 청과물이 너무 불쌍하다.
‘지하 생활자’에서는 한 줌 햇볕이 전부인 지하방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는데 바로 지하방만 가면 변의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방을 계약할 때 자유로운 화장실 사용을 약속했던 주인 여자는 철저히 외면해 버렸고 언제나 참거나 한적한 시간에 몰래 길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주인집 여자가 유부남과의 불륜 관계이며 그래서 그의 부인을 피해 숨어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한계령’에서는 예전에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노래를 잘하던 친구는 한 주점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나’는 그 곳에 갔다가 한계령을 부르는 친구를 등지고 나온다. 사실 이 이야기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11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원미동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각자 한 두개씩 상처와 시련을 지니고 있기에 가난하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지니고 산다. 가난과 행복은 서로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절망의 삶을 사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가난 속에서도 삶의 희망은 생기고 웃음꽃 역시 핀다. 어쩌면 작가는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의 절망감을 딛고 일어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미동의 마지막 땅과 강 노인. 김 반장과 경호네. 고흥댁. 그리고 원미동 시인 몽달 씨와 꼬마 처제까지... 이들은 아마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