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원미동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이 책의 시작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으로 한 가족이 이사를 오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낡은 집 지하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가족에게 추운 겨울 날, 주인집에서 집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겨울에 임신한 아내와 늙은 어머니와 함께 길로 내쳐질 지도 모르는 남자는 결국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 책은 ‘불씨’,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 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방울새’, ‘찻집여자’, ‘일용할 양식’ 등 총 11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중에서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 그리고 내가 3학년때 배울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일용할 앙식’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땅’에서는 강 노인의 땅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었다. 강 노인은 고추 모종 따위를 그의 밭에 심고 거름들을 모아 애…(생략)

달 씨는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몽달 씨는 피투성이가 된 채 김 반장네 가게로 뛰어들어와 형이라 부르며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김 반장은 피투성이인 그를 철저히 무시했고 나는 큰 실망감을 안게 된다. 그 후로 나는 김 반장을 슬슬 피하게 된다. 김 반장이 그런 사람일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원미동의 반장 직책을 받을 정도여서 착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일용할 양식’은 11편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제일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미동에서 쌀과 연탄만을 취급하던 경호네가 김포 슈퍼로 확장한다. 원미동에서 보기 힘든 성공이라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김포 슈퍼 뿐이었다. 그런데 그 근처의 김반장네 구멍가게 형제 슈퍼가 김포 슈퍼와 같은 쌀과 연탄을 취급하게 되었고 두 가게의 경쟁이 시작된다. 서로 원가 이하로 물건을 막 팔았고 두 가게의 경쟁은 점점 심해져만 가고 살판 난건 동네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빈 점포에 싱싱 청과물이라는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김포 슈퍼와 형제 슈퍼는 서로 동맹 관계를 맺고 싱싱 청과물을 몰아내려 애쓴다. 화가 난 싱싱 청과물 사내는 김 반장과 싸우지만 져버리고 가게는 곧 문을 닫는다. 동네 사람들은 김 반장을 욕한다. 시내 엄마는 싱싱 청과물의 편이었다. 그런데 동네에 시내 엄마네와 같은 전파상이 들어선다고 하자 시내 엄마는 심란한 표정으로 김 반장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꼭 그렇게 잔인하게 싱싱 청과물을 몰아냈어야 했나 하는 것이다. 서로 협의를 봐서 각자 정한 물품들만 팔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11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원미동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각자 한 두개씩 상처와 시련을 지니고 있기에 가난하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지니고 산다. 가난과 행복은 서로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절망의 삶을 사는 것은 관련 없는 일이다. 가난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면 삶의 희망은 생기고 웃음꽃 역시 핀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