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든을 읽고서 월든을 읽고

월든을 읽고
[데이빗 소로우]
전에 소로우를 어떤 책에서 접했을 때에는 딱 두줄로 만났다. 반문명주의자이며 <월든>을 집필한 사람이라는 것. 이 책을 펼치고 적잖이 놀란 점이 몇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글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케케묵게 문종 따위에는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어떤 의도로 썼는지 내 단선적인 사고로는 파악하기가 꽤나 어려웠다. 글이 일관성도 없고 들쑥날쑥 단락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단락끼리의 어떤 유기적인 구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간단히 말해 태어나서 이런 쉬우면서도 무지하게 난해한 책은 처음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책이든지 하나의 커다란 맥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나오다가 별안간 사회적 쟁점이나 자연에 관한 내용 과학 따위가 나오는가 하면 철학적인 내용이 나온데다가 영어식 해석이 된 부분이 많아 내용이 쉬운 듯 하면서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생략)

자연스럽고 타당한 예시로서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까지 한다. 또한 그가 예로든 예화들은 인생이나 어떤 대상에 대한 깊은 사색과 관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특히 헌옷과 새옷의 예화에서는 인간의 잘못된 성향을 잘 꼬집어 내고 있다.
그의 사고가 다분히 동양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사람인 내 스스로가 여러 차례 공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것은 그의 유려한 문체이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사소한 것마저도 의미 있게 고찰해보고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다. 또 생에 대한 성찰과 자연에 대한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용의 전개나 일관성 따위다. 물론 소로우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지만, 읽기에 난해한 글은 결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물질이 중요하게 생각되고 인간의 상실이니 소외니 하며 거대화, 조직화되어 바쁘게 돌아가는 쳇바퀴같은 인류문명의 현시점에서 소로우의 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심연을 반추해보고 마음의 여유와 평정을 찾도록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마치 휴일 아침에 듣는 조용한 음악처럼 말이다. 덧붙여 그의 사고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