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삐 언니를 읽고 이삐 언니를 읽고

이삐 언니를 읽고
<이삐 언니>의 여섯이야기 중에서 유독 ??봄이 오는 날에??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봄이 오는 날에 할아버지를 따라서 학교적응훈련에 들어간 어린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허전한 자리를 남기고 어머니의 품을 빠져 나가 저만치 떨어져 서 있는 아이, 홀로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아이, 다시 붙잡아다 옆에 둘 수 없게 자라 버린 아이를 바라보시며 어머니는 절망하여 몸부림을 쳤으리라??
강정님 동화집 <이삐언니>의 주인공은 복이라는 아이이다. 밑으로는 두 동생을,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어머니 속에서 부대끼며 사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며,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이…(생략)

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고귀함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따스한 사랑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월이라는 개를 통해 짐승이건 사람이건 어미라는 존재의 고귀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광남아저씨와 아줌마를 통해서는 자유로운 삶과 양심을 지키는 삶을, 이삐언니를 통해서는 순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엿 볼수 있었다. 엄격한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남을 해하기보다는 자신이 피해 입는 것을 마음편하게 생각하는 여유로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욕심 없는 백도사람들, 그런 섬이 있다면 찾아가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이 책이 나를 놓아두지 않았던 이유는 순박한 사투리의 향연 때문이었다. 순박하고 정 많은 사람들의 말투가 끝없이 책 속에 머물고만 싶어졌던 것이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나는 궁금해졌다.
그 많은 사람들,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정을 품고 사는 이들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옳고 그름의 사리분별이 분명하면서도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의 향기가 그윽해서 자꾸 머무르고 싶은 그런 마을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그런 세상을, 이삐언니가 손짓하는 세상을 보여 줘야하는 것이 어른인 나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마음의 창을 깨끗이 닦고서 닫아주었던 창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