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제를 읽고;;; 인간문제를읽고

인간 문제를 읽고
`인간문제`라는 제목의 이 책의 첫장을 펴기전에, 과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간문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선비라는 한 여자의 기구한 삶과 다른 한편에 있는 첫째라는 인물, 그리고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문제에서 `인간문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이 인간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우리에게 당면한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누굴까?` -선비의 주검을 눈앞에 둔 첫째의 원통한 마음과 함께 인간문제는 막을 내리지만, 우리에게는 작가가 마지막에 던져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의무가 있다. `인간문제`에서의 인간문제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농촌마을의 아가씨 선비는 부모를 잃고 부모의 원수나 다름없는 마을의 지주인 덕호밑으로 들어가 농락당한다. 결국 선비는 덕호의…(생략)

엘 가도 부당한 대접을 받은 노동자일 뿐이고, 그것은 첫째도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지주에다 면장까지 된 덕호는 언제나 부자이고 그의 딸 옥점도 마찬가지로 모든걸 누린 삶을 살고 있으며 공장의 공장주들 또한 그렇다.
인간으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여러 노동자들, 그리고 한편에서 여전히 배불려 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덕호들`. 인간문제에서는 이런 다른 삶을 보여주면서 말 그대로 인간의 문제를 이야기 하려 하고 있다.
공장에서 매일 혹사당하다가 결국 직업병인 폐병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선비의 싸늘한 주검을 앞에두고, 첫째뿐만이 아닌 어떤 독자라도,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신분제도가 없어진 지금까지도 우리사회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이다. 선비가 살아갈 당시에는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노동자의 인권문제도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늘날 노동문제는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 또한 존재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를 현대 사회에 맞게 말해보면 한마디로 `빈부차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신분제도의 특징이 세습된다는 것이라면, 오늘날의 빈부차이가 세습되지 않는 것이라고 누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본 신문기사에서 세습되는 빈부차이-란 특집기사로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아이와 가난한 집안에 때어난 아이의 양육비를 간단하게 표로 비교 정리한 것이 있었다. 부자 부모를 둔 아이는 비싼 쪽찝게 과외 받고 좋은 대학가서 같은 부자부모를 둔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고, 다시 부자부모가 되는 반면에,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는 돈이 없어 대학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서 돈을 벌고, 다시 가난한 부모가 되어버린다. 이런 사회의 병폐를 다룬 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가난하다기보다는 부유한 쪽에 속하지만, 이런 사회의 악순환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소설 `인간문제`에도 존재하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인간문제가 아닐까.
물론 단순히 신분제도(빈부차이)=인간문제 의 공식을 성립시키기엔 모자란 감이 많다. 그 밖에도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 -인권문제, 노동문제등-을 모두 모아놓아야 진정한 인간문제가 성립되는 것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인간문제는 선비와 같은 인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사회구조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려 한다. 그럼 과연 이 인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단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소설에서 대표되는)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지주나 공장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안고 있는 `인간`의 문제니까.
단지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만을 떠나서, 소설에서 대표되는 노동자들과 공장주들이 함께 노력하면 이 인간문제는 점차 해결되어 나갈 것이다.
소설안에서는 작가가 신철과 같은 가해자-지식인층-들에게 그다지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마치 이 문제는 어느 누구도 아닌, 피해자인 노동자들만이 풀 수 있는 문제다!!라고 말하듯이... 하지만 난 공장주들의 변화도 인간문제 해결에 중요한 요인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공장주들이 우리사회에 많다면,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으로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우리사회에 많다면, 이들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일까?
그러나 이런 인간문제처럼 상호적인 문제에서 어느 한쪽만이 죽어라고 노력하고 피를 흘려도 다른 한쪽은 여전히 배불려 가며 편안하게 살고 있을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며 효과가 있기도 한 일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장주와 같은 기득권자들의 `심보`다. 당연한 것이지만,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잃고 싶지 않아 할 뿐더러 더욱더 불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노동자와 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있는 이곳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란다.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공장주`들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다면 당연히 사회는 병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인 의식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권리를 중요시 여기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기울이며, 모두에게 평등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회단체나 언론의 노력. 노동자와 공장주들 모두 그들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려 애쓴다면, 인간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것이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간의 문제는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인간문제는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해결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에게-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또다른 인간문제는 생겨나고 있다. 이것은 어찌보면 인간이 삶을 살아나가면서 끊임없이 직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할 수 있고 없고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