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의 아이 전갈의아이

요즘 언론에 가장 두드러진 기사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의 혁신적 결과에 관한 것이다. 5월 21일자 한겨레 신문에도 많은 지면을 통해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또 얼마 전 기사에는 15년쯤 후에는 질병이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장미빛 기사도 있었다. 어렸을 때 줄기에는 토마토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는 세상, 슈퍼쥐 슈퍼 돼지 하면서 유전공학의 위대한 업적들이 굶주림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줄 것이라는 뉴스에 "와! 대단하다" 하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또 영국에서 처음으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곧 복제인간이 나올 수 있고, 그로 인한 파장이 어떠할지 분분하여도 과학의 발전에 놀라워만 했었다. 몇 년 전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여섯번째의 날>이라는 영화에서 자기와 닮은 복제인간의 등장으로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자 그 배후의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을 보면서 마치 옛이야기인 옹고집전이나 <수일이와 수일이…(생략)

대부분이리라. 현실이 이러하니 다가오는 미래사회가 어떤 식으로 변화 할 지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막연하게 갖게 된다. 아주 비관적일 필요도 없지만 또 아주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미래도 아닐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예상한 환경파괴가 된 미래보다도 오히려 더 절망적인 사회가 올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충격적이다. <여섯번 째의 날>이라는 영화의 클론이나 옹고집의 가짜 옹고집이나 <수일이와 수일이>에서 가짜 수일이는 모두 진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존재가 아니며, 또 진짜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하기 위해 사육하고 조종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영화에서나 동화에서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려서 나타나는 것처럼 주인공의 현재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그래서 복제인간이 진짜 인간처럼 아기때부터 성장해간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게 한다. "전갈의 아이"는 여러 면에서 충격이다. 첫째,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복제인간을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인간의 등장이다. 둘째, 자신의 복제인간을 장기를 제공하는 짐승으로 만든다. 뇌를 제거해서 장기를 제공하게 될때까지 사육할 뿐이다. 셋째, 과학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도 여전히 기아인구가 있는 것처럼, 의학의 발전으로 모두가 질병을 퇴치하고 장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째, 자신을 위해 만든 복제 인간에 대한 혐오의식이다. 인간이 복제인간을 암수의 자궁에서 태어나게 하고 태어나자마자 장기이식용으로 키우기 위해 뇌를 파괴하여 생각없는 짐승으로 만들어 놓고는 혐오스러워한다. 다섯째, 복제인간도 자궁에서 태아로 자라서 아기로 태어나 어린이가 되고 청년이 된다는 것이다. 복제양 돌리에서 보듯이 아무리 복제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유전자가 같은 것이지 현재 나와 똑같은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섯째,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대단한 의학기술도 결국 돈이 있어야 혜택이 온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인간 평등에 기여하기 보다는 기술력을 독점하는 세력과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노예적인 생활을 하는 계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부분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 섬뜩하기까지 한다. 고통스러웠던 유년시절을 보상하는 심리로 자신의 복제인간을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풍요롭게 누리게 해주고 성장시켜 자신의 장기를 교체하여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탐욕이 `마약왕 엘 파트론`에게만 있을것 같지는 않다. 일곱째, 복제인간도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마약왕 엘 파트론`의 복제인간인 마트는 다른 복제인간과는 달리 태어나자 마자 뇌를 제거 당하지 않는 특권을 가지나, 그로 인해 왜 복제인간은 인간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된다. 권력자의 클론이라는 점에서 다른 인간들의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으나 무시당함으로써 그야말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로 인한 고독감과 불안감은 보모 샐리아와 또래 여자아이 마리아, 경호원 탬린의 도움으로 마침내 엘파트론과 유전자는 같으나 다른 생각, 다른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또 하나의 사회적 약자가 되는 복제인간의 투쟁이 있어야 우리가 복제인간을 인간으로서 인정하게 되는 것일까? 여덟째, 뇌에 칩을 이식하여 인간 로봇처럼 부릴 수 있는 `이짓`들의 존재가능성이다. 단지 책의 상상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무서운 생각이 든다. 과학의 발전은 철학의 부재속에서 이루어져서는 결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아주 많지만 내 사고력과 지식의 한계로 여기서 일단락하고자 한다. 몇년 전 읽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어서 암담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갈의 아이>는 전인류적인 전세계적인 미래를 생각하게 해준다. 두 책이 보여주는 미래 사회는 밝고 발전적이지만은 않고 사회 변화속도가 우리가 준비하는 것만큼 움직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케 한다. 그래서 단순히 소박하게 착하게 천천히 살고자 해도 빠른 사회 흐름이 착한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은 불편한 예감이 든다. 이 책들처럼 과학의 발전이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지금보다도 더 많은 대다수를 위한 과정으로 나가고 있는데 내가 너무 불안하고 조급하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런 일들은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