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처

빈처
가난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희생
어느 비오는 봄밤, 책을 뒤적거리는 남편 옆에서 아내가 전당잡힐 물건을 찾는다. 작가가 되겠다는 남편만을 믿고 가난 속에서 살아오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오늘도 가난 때문에 전당잡힐 물건을 찾고있는 것이다. 그 날 낮에 한성은행에 다니는 얌전한 소시민 T가 방문하여 자기 아내에게 사다줄 새 양산을 자랑하였을 때도 아내는 가만히 있었지만, 그 눈빛속에는 저런 양산 하나쯤 갖고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무기력한 나는 옛생각에 잠긴다. 육년전 나는 십육세, 아내는 십팔세였다. 나가 작가가 되기를 결심하여 방랑을 끝내고 정착하기 까지 아내가 한 고생을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시집올때의 꽃봉오리 같던 얼굴에는 어느새 세월의 고통을 말해주는 두줄의 주름이 생겼고 끼니때마다 처가의 손을 빌거나 삯바느질을 하는 아내의 …(생략)

순종적이다. 단지 남편의 꿈을 이루려는 그 하나의 소망으로 남편의 뒷바라지를 모두 감당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이 비록 힘들지라도, 생활이 가난하여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하지 못할때에도. 아니 아내는 바라는 것은 오직 남편의 성공뿐일 것이다. 이렇게도 순수한 아내를 바라보는 나. 이러한 나 또한 미안한 마음과 그 속에서의 갈등은 실로 큰 것이라 할수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어떻했겠는가. 오직 자신 때문에 그 청춘을 다보내고 오직 자신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는 아내. 그것은 끝없는 사랑이다. 서로를 위하는 끝없는 사랑과 희생의 정신인 것이다. 어려운 사회 현실 속에서도 그것을 참아내는 둘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메마른 정신을 다시한번 돌아봐야 할것같다. 물질이 사람보다 더중요시 여겨지는 우리내 사회 속에서 아내의 희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