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독서 감상문
<상실의 시대>
(원제 : 노르웨이의 숲)
황현득 선생님께서 내 주신 추천 도서 목록 중, 제목을 보아 나에게 인상적일 것 같고, 무엇인가 뼈대가 있을 것 같은 책을 선택하였다. 내가 쭉 살펴보니 ‘천국의 열쇠’와 ‘상실의 시대’, 두 책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는 두 책을 읽어보고 그 중 더 감동적이거나 나에게 뜻깊은 책 하나를 택하려 했다. 그런데 도서관에 ‘천국의 열쇠’가 없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은 ‘상실의 시대’를 읽기로 하였다. 이 소설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인 <반딧불이>를 기초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수백만부가 팔린 전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이며 이른바 하루키현상을 낳기도 했었다.
처음 내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것처럼, 이것은 우리 인간의 ‘상실’ 즉 사랑이나 자신의 정체성 등을 잃어버리는 것과 상실의 극복…(생략)

란 충격을 받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증상을 나타내게 되어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와타나베는 그녀와 많은 시간동안 만나지 않다가 어느 날 마주치게 되어, 여러 말을 한 끝에 그녀와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런데 와타나베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같은 과인 미도리라는 발랄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점점 친해진다. 둘은 서로를 이해해 주는 ‘친구’로써 만나지만, 점점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와타나베는 종종 나오코의 문병을 가기도 했는데,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에서 나오코의 룸메이트인 레이코를 만나게 된다. 레이코와 나오코와 와타나베는 마치 예전의 기즈키와 나오코와 와타나베와 같은 사이가 된다. (나는 이 사실이 후에 나오코의 죽음을 예견하게 하는 복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읽을 당시에도 약간 예상은 했었다.) 물론 그때와는 약간 역할이 바뀌었지만. 레이코는 나오코를 위해 여러 가지 연주를 해 주고, 나오코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노르웨이의 숲’을 자주 연주해 주기도 한다.
표면상 나오코의 애인이 된 와타나베는 자신이 얼마나 미도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잘 몰랐었다. 그리고 나오코에게는 배신할 수 없는 책임감과 사랑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런데 마침 그 때 나오코의 병이 악화되고, 그녀가 자살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미도리와 떨어져 있던 2개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미도리를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결국 미도리에게 사과하고, 마지막에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전화를 하면서 미도리가 어디에 있냐고 묻는 질문에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 자신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과정에서 미도리는 단순히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을 수 도 있지만 와타나베는 자기 자신에게 존재성의 질문을 하고, 바깥세상과 그와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끝나게 된다.
이 글의 묘사는 정말로 섬세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딧불이가 날아가는 장면에서의 묘사는 마치 나로 하여금 반딧불이가 실제로 어떻게 날아가는지가 머릿속에 상세히 그려지게 했다. 사실 나도 소설이나 시를 쓸 때에는 그러한 묘사를 자주 사용하긴 한다. 그러나 그 정도 까지 상세하게 묘사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소설가라는 꿈과 함께 3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을(문학, 경제, 물리)를 꿈꿨었다. 정말 순진무구했던 시절이었다.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꿈을 꾸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글도 많이 쓰고, 시도 많이 짓고 했다.(끝까지 쓸 수 있었던 장편소설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그러한 묘사가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그러한 묘사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나서 한 장면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아 그 장면의 묘사가 뛰어났었지’하는 샘이다.
이 글의 작가가 주장하길, 이 글은 100%의 연예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이 글은 전개 면에서 매우 지루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의 상세한 묘사가 우리의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지도록 함으로써, 이야기 속으로 더욱더 깊이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것 같았다.
미도리와 나오카 사이에서 담판을 짓지도 못하고 자신의 존재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을 둘러싼 죽음 등의 상실사이에서 허둥대는 이러한 답답한 주인공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나도 함께 안타까워 지거나 슬퍼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와타나베가 미도리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것을 택하게 되어 나도 행복해 졌다. 그러나 마지막의 와타나베의 물음 때문에 나도 함께 세상과의 어지러운 단절에 빠지게 되어 버렸다. 즉 죽음과 상실. 그리고 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이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분방함과 슬픈, 그러나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주인공들의 살아 넘치는 생동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글에서 주로 나타나는 주역들은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레이코밖에는 없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많이 가게하고 때로는 매우 부럽게 하는 소설인거 삭타.
그러나 이 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주제를 나타내는데 너무 선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딘지 미숙한 데가 있는 것이, 물론 독자들이 상상할 거리를 남겨두려고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복선인 듯 하면서도 아닌 것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수많은 죽음들로 인하여 주인공의 삶의 철학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은 방황만 할 뿐 답을 찾지는 못하고 그저 예전부터 생각했었던 것을 그대로 유지시키기만 할 뿐이다. 물론 작가가 일부로 인간이 죽음, 상실 등에 있어서 그것을 통해 재생을 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본성이나 본질적 물음들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그러한 해석은 마치 ‘꿈보다 해몽이 좋다’격인 것 같다. 즉 해석을 너무 억지로 끼어 맞추는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 이 ‘상실의 시대’라는 작품은 우리에게 상실과 재생에 대한 직접적인 무언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을 바란다면 그러한 사람은 철학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겪는 여러 가지 ‘상실’을 통해 그 것을 이겨내고 ‘재생’ 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것을 통하여 우리에게 인간의 존재성과 죽음, 삶 등의 ‘상실’과 ‘재생’에 대하여 생각하게끔 하면서, 주인공의 감정과 그 풍경, 그리고 사랑 등을 세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상세히 전해줌으로써 그 작품성을 더해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죽음과 내가 살아가면서 잃어버리는 것, 즉 상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정말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진실 되고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또 여러 가지 공감을 형성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책이 젊은 사람, 사춘기의 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는 것일지도. .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