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줄거리: 이제 9살이 된 백여민은 애꾸눈의 어머니와 전직은 깡패였지만 결혼 한 후 현재는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이 가족들은 어려운 남의집살이를 하다가 비록 허름하고 낡고, 산동네의 맨 꼭대기지만 집을 가지게 된다.
여민이는 집 옆의 산을 좋아하고, 어린 나이지만 꽤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생각 깊은 아이이다. 이사온 후,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파전을 돌리러 이웃집에 다니다가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게 된 ‘신기종’ 이라는 엉뚱한 친구를 만난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는 ‘월급기계’인 담임과 허영심 많지만 왠지 끌리는 장우림이라는 여자아이와의 풋풋한 사랑도 한다. 여민이의 눈으로 본 어려운 시절, 산동네 사람들과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순수하게 담아냈다.
<제목- 아홉 살배기 어른>
감상문: 잔잔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 흐뭇하게 웃음이 나왔고 할까.
처…(생략)

려 하고 거짓말만 하는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이 참 어른스럽다.
가난해서 비가 새는 집도, 부끄러운 도시락 반찬도, 매일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생활도, 장난감 대신 나무를 타고 놀아야 했던 아이들도 여민이의 눈을 통해 보면 이상하게도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자신의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인줄도 안다고 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자신 이웃 사람들에 대해 세세하게도 다 알고 있으며, 이웃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어 물도 길어다 주고 기종이네 남매의 어려움도 해결해 주는 여민이 아버지를 보면서 지금 우리는 얼마나 이웃에게 무관심 한가도 생각하게 됐다. 이웃끼리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모습은 참 보기 좋은데 말이다.
아홉 살 인생에는 가난했던 당시의 모습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아주 옛날의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 시대에는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산동네의 사람들처럼 살아온 것이다. 이에 비교하면 지금 우리의 삶은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한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열 살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싱겁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더 기대되고 설레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어떤 엔딩보다도 특이한 마지막인 것 같다. 그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그래서 기다려지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면 내 아홉 살 적엔 어땠을까? 여민이의 어린 시절은 나도 한번쯤은 겪어본, 생각해본 것도 많아서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작가는 아홉이란 숫자는 묘한 숫자라고 아홉을 쌓아놓았기에 든든하고 또 열이 되기까지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헛헛하다고 말하며 이 책을 썼다지만 아무리 나의 아홉 살 인생을 떠올리려 해봐도 우선은 별로 생각 나는 것이 없다. 과연 여민이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가져본 적이 있었는지, 여민이 만큼 어른스러웠는지...
그땐 마냥 어린아이 같은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생각 나는 것은 짧고 단편적인 부분뿐, 확실히 기억나는 일들이 없어 안타깝다.
나처럼 떠올릴 추억이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모두들 바쁘게만 살고 있으니 추억을 가질 틈이 없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고..
가끔은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아직 내가 모르는 아름다운 사람과 이야기들이 세상엔 많다. 좀 더 이웃에 신경 쓰고 서로 위해 준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오더라도 이겨 낼 힘이 생기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