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오후 네시

<독서감상문>
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 / 열린책들
적의 화장법을 통해서 아멜리 노통에 대해서 알게 된 나는 그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오후 네 시를 읽게 되었다. 적의 화장법이 충격적이었다면 오후 네 시는 그에 비해 충격적이다 할 말한 것은 없지만 굉장히 자연스럽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갔다.
오후 네 시의 줄거리는 주인공 에밀과 부인 쥘리에트의 이사로부터 시작된다. 정말 외딴 곳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던 살림처에 이웃집의 베르나르댕이라는 남자가 에밀의 집에 정확히 오후 네시에 찾아와 두 시간 동안 말없이 있다가 돌아간다. 처음에 에밀은 여유롭게 이웃을 대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일 뿐 서서히 에밀은 지쳐간다. 오후 네시에 방문하는 베르 베르나르댕은 침묵으로 방문해서 침묵한 채 두 시간을 버티다가 침묵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베르나르댕은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다. 당연히 찾…(생략)

다면 처음엔 당황스러울 것이고 나중에는 화가 날 것이다. 실제로 베르나르댕은 에밀의 집에서 보내는 2시간은 완전히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런 베르나르댕 때문에 온화한 에밀이 변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적의 화장법에서처럼 에밀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에밀이 베르나르댕 때문에 나타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도 자신이 낯선 그런 변화.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들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 구절이야 말로 오후 네시에 대해서 바로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정말로 나도 과연 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적의 화장법을 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 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멜리 노통의 소설의 주제는 읽고나면 꽤 어려운 것 같은데 읽는 중에는 그렇게 어렵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흥미롭게 책을 읽어갈 뿐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