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일그러진 영웅」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한 이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표지를 보며 생각했다. 흔히 모두에게 존경받고 흘륭한 인간으로 기억되는 영웅. 그런데 그를 수식하는 일그러진 이라는 부정적인 형용사. 무엇인가 모순되는 듯 하면서도 나의 심장을 뚫고 나의 마음에 와 닿는 듯 하다. 그리고 호기심으로 부푼 나의 마음을 누른 채 첫 장을 넘겼다.
엄석대의 왕국 속에 내(병태)가 등장한다. 석대의 강렬한 눈빛, 어느 누구라도 자신 앞에 무릎을 꿇도록 할 수 있는 그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듯 했다. 어떤 아이도 석대의 말을 거역하면 견디어낼 수 가 없었다. 선생님보다도 그가 먼저이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그를 선생님은 신임하신다. 이런 체제가 한 작은 학교 안에서의 가상 현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서 우리 사회의 일…(생략)

이 바로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흥분케 했던 병태의 투쟁은 창문 청소 사건으로 끝나고 말았다. 엄석대의 승리로……. 이런 병태의 좌절을 보며 나는 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병태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관만 했던 반 아이들과 선생님의 태도가 그를 좌절의 늪으로 빠지게 한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어리석고 무심할 수 있을까? 선생님이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했더라면, 조금만 더 양심적이었다면,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만 더 병태와 함께 해 주었다면 아마도 병태는 자신의 믿음을 지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더욱 황당했던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석대의 왕국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병태의 끊임없는 저항과 그에 따라 치루어야 했던 희생, 대가에는 틈조차 보이지 않았던 그 장벽이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빨리 무너졌다. 아마 병태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굳게 닫혀 있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선생님의 매에 쉽게 열렸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낀 듯하다. 나 역시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억울하고 서운한 그 마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그동안 반 아이들을 지배했던 석대의 잘못보다 자신이 당연히 가져야할 것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찾으려하지 않는 의식이 더 큰 문제라는 것. 그렇다. 석대의 지배가 가능했던 이유도 어떻게 보면 반 아이들의 뚜렷하지 못한 의식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훗날 병태는 석대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영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경찰에게 잡혀가는 석대의 모습에서 일그러진 영웅을 보게 된다.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서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그러진 영웅」의 의미를…….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과 나의 이면에 숨겨진 불의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나의 영혼에 새로움을 불어 넣어주고, 나의 의식을 깨워주었던 이책을 작은 미소와 함께 덮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