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20세기 초 미국 사회는 물질 문명의 풍요로움으로 무너진 도덕적 타락과 사회 정신의 해체에 이르게 되고 미국의 정신인 꿈의 실현을 상징하는 개츠비는 자신 추구하던 궁극적 가치인 아름다운 여자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그가 추구하던 이상인 데이지는 실체가 없고 그저 아름답기만 한 환상에 불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이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하면서 즐겨 읽었다는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였을 때 생겼던 의문점은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였다. 그는 진정 위대한 것일까? ‘위대한’ 이라는 말이 그의 비극적 결말을 반어적으로 암시하는 역할 역시 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데이지라는 그의 이상을 위하여 그의 모든 인생을 바쳤다. 부를 쥠으로서 그…(생략)

결국 서술자 니크를 버리고 어느 부자와 결혼한 베이커 역시 데이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결국 오직 돈만이 전부였던 자본주의의 모습인 것이다.
과연 개츠비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진정으로 데이지를 사랑한 것일까? 그는 오직 데이지를 되찾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앞에서 당당히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과연 데이지를 위한 것일까? 그는 오직 데이지를 사랑이 아닌 동경의 대상으로서 그녀에게 집착하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원한 것은 데이지의 아름다움 일뿐, 데이지의 속물적 근성을 외면하였다. 그리고 오로지 그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하여 그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려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일 뿐, 데이지의 입장이나 처지, 생각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데이지를 사랑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게 그가 집착한 데이지 역시 아름다움만 존재 할 뿐 실체가 없다. 자신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생각하라고 하면 지극히 소박하고 간단한 것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목이 말라서 물 한잔을 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상은 어찌 보면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바라는 이상을 이룬다면 무엇이 어떻게 변화할까?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엎어지고 바뀔까?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엎어지는 것이 이상이 아닌 이상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실현에 대하여 집착하고 있다. 데이지는 무척이나 수동적인 인물이다. 데이지를 둘러싼 부캐넌과 개츠비의 갈등에서 그녀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다.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갖게된 두 남자 사이에서 어떤 남자도 괜찮다는 뜻일까? 개츠비가 살아있는 동안 그녀는 개츠비를 따르기도 하지만 개츠비가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려 한 것에 대해서 만류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데이지 역시 개츠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지난날의 기억에 대한 집착에 의해 묶여 있을 뿐이다. 그녀는 단지 개츠비의 부를 원했을 뿐이다. 개츠비가 죽자 그녀는 그의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고 탐과 함께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이제 죽었으므로 그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아름다울 뿐, 향기없는 그들의 껍질뿐인 사랑은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만 갔다.
우리 속담에 세도가네 집 개의 장례식은 문전성시인데 세도가의 장례식에는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개츠비가 언젠가의 데이지의 방문을 기대하며 한없이 열었던 파티에서는 가계 각층의 명사들이 모였으나 그의 장례식 날에는 오직 그의 친구 니크만 왔을 뿐이다. 니크는 그의 장례식이 외롭지 않도록 그와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연락해보려 했지만 모두 애써 핑계거릴 찾았고 개츠비에게 전부였던 데이지 역시 찾아오지 않는다. 개츠비에게는 진정한 친구 하나 없었던 것일까? 그는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그 밖의 것들을 모두 제쳐 두었던 것 같다. 그의 파티에 찾아 왔던 사람 모두 그가 아닌 그의 재산에 이끌려 그를 찾아 왔던 것이다. 흔히 자신의 일생동안 세 명의 진정한 친구를 만든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우정일지 모른다. 사랑이란 열병과 같아서 심하게 앓다가도 금방 식어버리지만 우정은 항상 영원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데이지를 선택한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 그에게 있어 친구는 오직 그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댄 코디 뿐일지 모른다. 그는 사랑이라는 허울에 둘러싸인 환상에 모든 것을 바쳤으나 남은 것은 허무감 뿐이었다. 그는 실체가 없고 오로지 아름다움 밖에 없는 환상에 이끌려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 그 환상이 그를 파멸로 이끌었던 것이다. 비록 그는 그 이상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파멸을 맞지만 그의 이상을 실현 시키기 위한 추진력과 결단력만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약한 나는 그런 행동을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런 그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결심이 생겼으면 그 결심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심을 이룬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일지 모른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이상에게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이상을 이룬다면 개츠비와 같은 파멸과 허무감이 아닌 결과가 기다릴 지도 모른다. 어차피 살아 갈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사는 게 더 마음 편할 것이니까.
이 책을 통하여 개츠비는 나에게 이상이란 어떤 것인가? 자본주의는 과연 옳은 것일까? 물질과 행복과의 관계, 권선징악의 현실성, 사랑과 집착의 차이, 우정의 중요성, 자기관리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쩌면 그는 그저 가련한 운명으로 파멸에 빠진 파란만장한 인물이었을지 모른다. 비록 결말은 비극적이었지만 난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불가능한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바친 그는 정말로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