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선생님이들려주는한시이야기를읽고나서 정민선생님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를 읽고나서..
소설이나 역사 서에는 나름대로 관심이 있어 그럭저럭 찾아서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왠지 "시"라는 장르는 좀 어렵게 느껴졌었다. 특히 "한시"는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본 "하여가"나 "단심가"..등의 몇 편을 고작 접했을 뿐이니 그 낯설음이란 돌맞이 아이가 낯가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 책은 느낌표 선정도서로 지목되어 별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작년부터 느낌표 선정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서 "한시이야기??" 하며, 엄청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편에 그것도 "한시"라니,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하지만 책을 받아 보고 뒷날개에 나와있는 지은이의 소개 글을 읽으며 그 불안감은 좀 눅으려 드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지은이가 자신의 초등학생 아들인 "벼리"에게 한시에 대해 설명하는 …(생략)

분리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참다운 학문은 억지로 외우고 익혀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숨쉬고 밥먹고 걸어다니는 것처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재미있게 꾸준히 연마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나 자신부터도 "한자"하면 우리 조상들이 즐겨 썼던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어보다도 멀게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밀려오는 외래문화에만 익숙해져 있었지 우리 문화를 돌아보려는 노력은 아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조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자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소개받게 되어 한없이 기쁜 마음이 든다.
이 책에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사랑 가득한 세상 이야기가 가슴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마지막 "다시 벼리에게"에서 지은이는 집을 나섰다가 우연히 눈을 뜬 장님의 일화를 들려주며, 갑자기 눈을 떠서 오히려 혼란하게 되어 집을 찾지 못하자 다시 눈을 감게 하여 집을 찾았다는 화담 `서경덕`선생의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갑작스런 지식의 접함으로 혼란스러워 할 아이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한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까지도 이 책을 통해 창너머 내리는 봄비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한시에 대한 호기심이 새록 돋아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