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학교가기

새학기가 되면 아이들이나 교사나 서로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예쁘거나 잘생기고, 젊고, 운동을 잘하며, 무섭지 않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원한다면 교사는 말썽꾸러기가 없고, 특별히 뒤떨어지는 아이가 없으며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만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 기대치를 양쪽 다 충족시키기는 힘들다. 말썽꾸러기는 늘 있게 마련이고, 모든 아이가 선생님을 다 좋아하기는 힘들테니까...
이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맞이하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컸지만 그들은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맞이한 선생님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주름투성이에다 배가 공만하고, 흰머리가 사방으로 쭉쭉 뻗은 할아버지 선생님이었으니까... 거기에 말소리까지 낮고 묵직한 선생님이었으니... 아이들은 울 지경에 이르렀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맨 처음 하신 말씀은 `너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생략)

얄 식당`으로 향하는 것이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노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지식을 강요하지 않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며 늘 새로운 교육방법을 모색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 못하는 학부모나 교장 선생님...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가장 더딘 곳이 바로 교육계라고 생각한다. 튀는 것을 싫어하고 아이들의 창의성이나 개성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규격화된 틀에 똑같은 모습만을 찍어내는 공장의 모습. 그것이 학교이다. 아니, 나 역시 그렇게 물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좀 튀는 아이를 이해하려고 해도 가끔 한계를 느끼고 있으니...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의 다른 동화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은 다시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갈등하게 된다. `나도 한 번 써 봐?.......`
그러나 당장 아이들에게 혼란은 없을까? 이웃 교실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교장, 교감 선생님은 어떻게... 소심한 나는 감동하면서도 잠시 주춤거린다. 그래도 늘 새롭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유로운 수업을 해야겠다는 열망은 꿈틀거리고 있다.
노엘 선생님은 말한다.
"인생에는 조커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너희가 사용하지 않는 조커들은 너희와 함께 죽고 마는 거야"(p 42)

그러나 지금 난 아이들보다도, 당장 나를 위한 조커가 필요하다. 생의 절벽에서 신음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을 피해 갈 카드. 아니 잠시 주춤 뒤로 물러서서 내 현실을 바라보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카드... 노엘 선생님처럼 가장 우아한 모습으로 가장 근사한 식당에 가서 나를 대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밤 나를 위해 한번도 해보지 않은 멋진 조커를 만들어 보자.

이 책에는 부록으로 10개의 조커가 들어 있다.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왕따`친구를 도와주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선생님께 뽀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등... 난 그리 대범한 사람이 못 돼 아직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조커` 등은 사용할 수 없지만 조금씩 조커의 범위를 넓혀 보아야겠다. 그러면 어느 날 이 책의 노엘 선생님처럼 38명의 아이들이 나에게 뽀뽀를 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