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을 읽고

조화로운 삶을 읽고..
도시에 사는 어른 중에 전원 생활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원 생활 속에는 어느 정도 낭만이 깃들어 있다. 나 역시 귀농의 의미가 아니라 휴식과 여유의 공간으로 전원 생활을 꿈꾸어 왔다.
어디까지나 내가 꿈꾸는 건 `전원 일기`나 `6시 내 고향`의 농촌이 아니라 수목원 속 통나무집이나 과일 나무가 가득하고 사과꽃 피는 과수원의 모습 같은 그림 엽서 속 풍경이다. 현실감이 부족하고 현실 도피 성향이 다분한 전원 생활을 꿈꾸고 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환상을 걷어 주면서도 현실적인 꿈을 꿀 수 있는 가이드북의 역할을 한다.
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고 개인의 능력이 다르지만 이 소설 속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의 전원 생활이 너무나 현명하고 정직하게 느껴졌다. 생존을 위한, 밥벌이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일…(생략)

생은 여전히 어려운 짐이고 숙제이다.
그들의 삶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채식과 노동의 양, 그리고 짐승을 기르지 않는 것이다. 하루를 온전히 일에만 쏟아 붓지 않는 시간 배합이라든가 짐승에게 마음을 쏟지 않는 것, 간소한 식탁이 마음에 든다. 나는 어렸을 때는 고기를 먹지 못하는 아이였는 데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고기를 먹는 것부터 배우게 되었다. 회식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기 타는 냄새로 무장을 한채 지하철을 탈 때는 회식의 즐거움이 아니라 뭔가 텁텁한 것을 덮어쓴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식성이 바뀐 것이고, 가끔 예전 식성이 그립다는 이야기이다.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 모나지 않은 마음, 부지런함과 지혜로움, 그리고 누구보다 마음에 맞는 짝을 가진 두 사람의 삶이 조화로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조화로운 삶은 단순한 삶일 것이다. 겉치장이 화려한 사람은 단순한 삶을 살 수 없다.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꾸밈도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 책 속에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끝없이 늘려 가는 것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지금 내 주위를 둘러봐도 쓸데없는 물건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또 사려고 하는 물건 중에 곧 쓸데없는 물건이 될 만한 것도 꽤 있다.
단순하게 살자, 조화롭게 살자, 평화롭게 살자. 그들처럼 살 수는 없어도 나만의 철학을 세워서 줄일 것은 줄이고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남에게 해 줄 말이 있는 삶을 살지는 않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책 속에서 만나는 삶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들에게 동질감이나 동화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삶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조금은 반성하며, 조금은 기운차게 살아야겠다는 희망도 품으며 책장을 기쁜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