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읽고 좌우는있어도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읽고..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 당신들의 대한민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오랜 기간 품에 안고 다녔던 책을 며칠전, 드디어 다 읽어.내고.말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나혼자 읽는 책임에도 왠지 문장 하나를 허투르게 읽으면 안될 것 같아서 꼼꼼히 읽다보면, 몇 장 넘기지 않아 머리도 간지럽고 할 일도 생각나고 눈꺼풀도 무거워지고,,, 그래서 잠깐만, 하는 마음에 책을 놓게 됐었는데 아마도 너무 부담을 가졌던 게 문제가 아니었나싶다.
이 책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이은 박노자의 두 번째 책으로 세간에 평가 대로 첫번 째 책보다는 훨씬 읽기 편하게 쓰여져있다. 특히 책의 초반부에는 박노자가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와 노르웨이 사회를 비교,정리하고 있어 부러움과 충격, 반성을 동시에 안겨준다.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인격으로 인정받는 나라,라는 대목에서 `교수`라는 직함…(생략)

치 다르지 않는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기득권에게 대응할 논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의 세상을 녹여버릴 뜨거움 가슴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이토록 단단한 신념으로 무장한 `세계시민`이 저자인 탓에 책장을 넘김에 따라 다소 속도가 떨어지게 만드는 감이 없지 않다. 신념에 따라 글을 쓰다보면 자연히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세히 강조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독자로서는 지겨움을 느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일은 참 보람된 일이었다. 오래된 숙제를 마친 것 같은 개운함과 동시에 또다른 숙제거리를 찾아야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을 전해줬으니까 말이다.
보면 볼수록 이 책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좌,와 우가 존재해야 한다. 혁명에 성공한 좌가 또다른 우가 된다고 해도, 그런 엎치락뒤치락거림 속에서 역사는 변화 발전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이 세상에 더이상 위,와 아래는 없어야 할 것이다. 누가 누군가의 위에서 군림하고 누가 누군가의 것을 약탈하는 일은 이 세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하기 때문이다. 박노자의 책 두 권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논리적이진 않지만 열정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할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자각 후의 실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