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거리를읽고

한 소녀의 눈으로 바라 본 전쟁, 그 이후의 모습
- 오정희의 ‘중국인거리’ 를 읽고 -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분명치 않은 색채로 뒤범벅된 혼란에 가득 찬 어제와 오늘과 수없이 다가올 내일들을 뭉뚱그릴 한 마디의 말을 찾을 수 있을까.’
- 오정희, 중국인 거리 中
처음에 내가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기출 문제집에서였다.
어느 한적한 오후,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던 여름 한 낮.
여느 때처럼 별 생각 없이 펼쳐보던 수능 문제집 위 낯설게 펼쳐져 있는 지문에서 나는 처음으로 오정희라는 이름을 접했고, 메마른 글씨로 딱딱하게 적혀져 있는 문단들을 통해 중국인 거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때 읽었던 문단이 아마 주인공이 화차에서 석탄을 훔쳤던 장면, 그리고 학교에서 나눠 준 회충약을 먹고 해인초 끓이는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같…(생략)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담담하지만 암울한 분위기, 즉 한국 전쟁 이후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피폐한 아픔들을 노란색이라는 기묘한 색채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중국인 거리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특징을 품고 있지만 작품 전체적으로는 전쟁 이후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아마 그것은 그녀가 전쟁의 혹독함을 경험한 세대였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여성들의 삶에 근대화와 전쟁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그녀만의 섬세하고도 강렬한 필체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여자의 삶이 그의 세대에만 해당되는 것 일까. 이 작품을 통하여 작가는 독자에게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아니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인생이 지니고 있는 삶의 비극성을 떠올리게 한다. 오정희는 중국인 거리에서 그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삶, 아니 모든 여성들의 삶 속에 깃들어 있으나 말로는 언급할 수 없는 슬픔을 중국인 거리를 통해표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제목 : 중국인거리 ( 저자: 오정희, 출판사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