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귀고리소녀를 읽고 진주귀고리소녀를 읽고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고...
이 책의 작가는 참 대단한 사람같다. 그냥 그림 한 장 가지고 내용을 상상해서 책을 썼다나 뭐라나... 암튼 그런 사람이라고 들었었다. 아닌가?
암튼 그림 한 장으로 소설책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사람같다. 그래서 특별히 읽어주기로 했다.
원래 로맨스 소설을 싫어했고, 게다가 엄청 두꺼운책....
하지만 학교 숙제로 어쩔수 없이 독후감을 써야해서 영화로도 나왔던 책을 골랐다..
엄청 졸릴것을 감안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뭐 가끔가다 그림도 나와서 그다지 지루하진 않았지만 다시 읽으라면 절때 싫은 책이다.
일단 이야기의 초반 패턴을 보니 주인공인 그리트는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었다. 게다가 거래하는 푸줏간 주인의 아들인 잘생긴 금발의 피터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생략)

그리트를 일종의 하녀면접을 볼 때, 색상별로 가지런히 썰어둔 야채들의 배치를 의도한 것인지를 묻고, 그리트의 대답을 듣고 바로 그녀를 채용하죠. 미술적 감각을 실험한것 같기도 하다.
푸줏간 주인의 잘생긴 아들인 피터는 이 소설에서 빠져서는 안 될 존재인듯 하다.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존재가 없었다면 소설의 재미는 반으로 뚝 떨어졌으리라. 로맨스 소설의 필수 조건 중에 하나, 삼각관계형성을 위해서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고객과 판매상의 관계부터 피터가 그리트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드러내는 전개는 은근해서 읽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게 되는것 같다. 또한 피터와 그리트의 관계를 눈치채게 되면서 화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게 되고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나 점점더 깊어지는 삼각관계에 대해서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느끼는 감정을 가늠할수 있는것이다.
또 호색한 후원자인 반 라위번은 그리트를 보고 흑심을 품는다. 자신과 함께 그려달라는 요구를 화가에세 하고 화가는 이를 거절하려하나 결국은 반 라위번에게 그리트의 초상을 그려주게 된다. 무엇인가 부족한 그림에서 그는 그리트에게 부인의 진주귀걸이를 착용하게 한다.
이것이 부인에게 들통나는 순간 그리트는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알고 피터에게 가게 된다.
난 지금 할말이 많다.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그 말로 그를 잊었다고 단언하는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 왜 그녀는 피터에게 솔직해야했는지 왜 진주귀고리를 20길더따위로 바꿔야했는지.. 그녀의 귀를 진주귀고리에 바쳤을 때 나 또한 그녀의 아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슈발리에는 무엇을 그리려고 했던것일까.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해가 갈 때까지 한 번 더 읽는 다는 건 더더욱 싫다. 생각해 보면 이소설은 쫌 미스테리다.
전체적으로 추운겨울배경이라 어두운 이미지인데 화가와 그리트가 함께있는 장면은 분홍 꽃이 휘리릭 날리는 듯한, 하여튼 뭔가가 쫌 아닌 것 같은 분위기가 가끔 연출된다.
물론 난 좋았다. 로맨스는 싫었으니깐.
참, 영화에서는 철사로 그리트의 귀를 베르메르가 손수 뚫어준다는 장면이 있다고도 한다.
사실 난 화가와 그리트가 연결되길 바랬다. 원래 보통 패턴이 그러지 않나. 싸가지 없는 부인을 버리고서 도망치기를 바랫다. 하지만 그는 그리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배신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그림의 모델.. 그녀의 삶이 허무 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뭐, 그녀에겐 그저 잠시잠깐의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일 뿐이었고 그녀는 현실에 충실 했던 걸지도 모른다. 역시 첫사랑은 안 이루어 지는것인가.
또 한편으로는, 젊었을 때의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던 그리트를 상징하던 그 귀고리를 팔아버림으로써 평범한 푸줏간 주인의 아내가 되어버린 그녀가 얻게 된 자유는 진주귀고리로 인한 베르메르에게서의 속박을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 사이에 커다란 장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리트를 지키려 하는 베르메르와, 그런 그를 이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그리트의 애절한 마음이 잘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설명해 가는 듯 한 전개 중에서도 소설은 너무나 간접적인 경향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이것은 소설이 현실에서 동 떨어진듯한 느낌을 준다. 하나의 단순해 보이는 사건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하고 상황이 변한다. 다들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들 이라는건가. 때문에 사건전개를 가늠하게 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 읽고 정말 너무 졸려서 그냥 자고 싶었던 머리에 잘 남아있지도 않는 그런 내용이기도 하다. 아무에게도 추천하고싶지 않다. 그저 독후감 용으로 읽는다면 추천하고 싶을정도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