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을 읽고 징비록

징비록을 읽고..
`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평양성을 버리고 임금이 피란을 가려하자 백성들이 분노하여 핏발을 세우며 울부짖음을 유성룡은 이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백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그의 붓에는 먹이 아니라 슬픔이 흠뻑 적셔져 있었을 것이다. 이 책 <징비록> 곳곳마다 원망어린 백성들의 울부짖음과 억울함에 흐느끼는 충신들의 되뇌임이 고여있으니, 참으로 힘겹게 쓰여진 기록문학이라 하겠다.
난세를 당하여 그것도 영의정이라는 최고의 관리로서 임금과 백성들 사이에서 그 혼신을 다한 유성룡이 스스로 반성하고 징계를 한다 하니, 멋적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따름이다. 후환을 경계하라 당부하는 말을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풀어내어 호소하고 있으니, 그가 과연 단순히 개…(생략)

햇볕 정책의 과일을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다는 모 국회의원의 발언을 접하면서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젊은 남자들이 큰 불만없이 군대에 가는 이유는 어떤 적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일본, 중국의 침략을 두려워하여 입대한다고 생각하는가? 햇볕 정책이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있는지 미국의 군사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평화를 외치면서 상대방을 전쟁 모리배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 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부터 전쟁은 시작되었다.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저 길모퉁이에 깡패가 없다고 어처구니 없는 낙관을 하기전에 우리는 호신술을 익혀야 한다.
임진왜란을 조선의 역사 한 가운데 기점으로 놓을 수 밖에 없음을 바로 이 징비록이 증언하고 있다고 본다. 고로 한국사의 다양한 방면을 두루 공부해야 하는 한국학 관련 연구자들은 이 징비록을 시대와 영역을 초월하는 소중한 문헌으로 깊이 감상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