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조화로운삶

책 읽은지 일주일이 되도록 독후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겠다.
저번에 쓴 `소박한 밥상`의 원조격이라고나 할까.
이 부부가 버몬트 산골로 들어가서 농사짓고 조용히 살았던 기록이다.
농사에도 시골 생활에도, 아무런 경험도 지식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단풍나무 시럽을 만들어 팔며 멋지게 해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이유?
나처럼 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나서가 아니라,
스스로 믿고있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진짜 소박한 공동체 생활이 가능할 것인지 실험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들의 건전한 가치관은 부부의 범위를 벗어나 타인들에게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건전했으며 공동체 실험은 실패하였다.
채식을 하고,
가축을 기르지 않으며,
가급적 모든것을 두 사람이 만들어서 자급하고,
적게 벌어…(생략)

다 견디는 것을 혼자 못참겠다고 투정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질 않았다.
(부연하자면 요새 나과장이 참 잘해준다.)

그럼, 결론이 나지 않은 항목은 일단 제쳐두고 확실한 것부터 꼽아보자.

- 나는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좋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 매여있기는 싫다.
- 입사 동기들이 하나같이 전부 꼴보기 싫고 친한 사람도 없다. 이건 아주 큰 이유가 된다.
- 회사가 집에서 너무 멀다.
- 기본적으로 나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성격에 남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버릇이 있어서 조직 생활에는 맞지 않는다.

물론 나 자신은 내가 그렇게나 독선적이고 오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 나보다 멍청하고 못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말하기에 그렇다니까 일단 그렇게 써두자.

좋은 회사다.
상사들도 모두 나를 예뻐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도 많다.
그만두려니까 퍽 불안도 하다.

니어링 부부도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돈을 많이 벌어서 세속적인 욕망을 채운 삶은 아니었으되 자신들이 믿고있는 것을 끝까지 지켰다.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 뭔지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로 믿고있는 가치가 무언지, 내 인생에서 놓치기 싫은 건 뭐뭐가 있는지도 생각해보자.
낼모레면 서른인데 좀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니어링 부부도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지 않았는가.

정리되지 않은 독후감을 쓰게 되어서 약간 불만스럽고,
끝으로 덧붙이자면 꽤 읽을만한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헬렌 니어링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글투가 마음에 든다. :-)